2011년 8월 29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수식어 유감

 수식어 유감

10.2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차기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의 면모가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진작부터 적지 않은 후보군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왔던 터다.
그 중 한나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눈길을 끈다.
‘사학재벌의 딸’이 그것인데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만큼 당사자로선 결코 달갑지 않은 별칭일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나의원의 부친이 6개법인 17개학원에 관련돼 있는  건  맞다.
그렇더라도 교육기관인 사학을 재벌기업과 동일시하는 시각은  무리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이사장 혹은 총장으로 사학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쉽사리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단견에서 비롯된 일방적 편견이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평소 이 부분에 대해 언젠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때 마침 나의원 경우도 있고 하니 이 참에 사학재벌 용어의 부당성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나의원이나 그 부모님이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해도 학교 운영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 경우 사학을 해서 재산가가 된 것이 아니라 재산가이기 때문에 사학 운영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에 해당됐을 거라는 생각이다.
 
사학은 재벌기업과 달리 공익 법인으로 분류된다. 
아무리 재정적으로 풍요로워도 사학의 돈은 단돈 일원도 개인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실제로 사학비리에 연루된 사건을 들여다보면 개인적으로 돈을 착복하거나 유용하다 탈이 난 경우는 많이없다. 대부분 항목을 변경해서 썼다가 문제가 된 사례들이다.
그것만 봐도 사학 재정이 얼마나 엄격한  규정에 속박되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 의원 부친이 관여돼 있다는  17개  학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 자산 규모가 얼마가 됐건 개인재산이 아닌 학교 재산일 뿐이다. 이사장이 과외로 가진 재산이 있어서 재벌이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되, 학교재산을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사학재벌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맞지 않다.
중고등학교 이사장 직위 역시 마음대로 돈을 운용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재벌’ 운운은 어폐가 있다.
경민학원에도 여러 중고등학교가 있지만 대부분 재정 형편이 어렵다. 특히 국가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어서 이사장 임의대로 유용할 재정적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대부분의 사학이 교육청 지원 없이는 화장실 하나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 실정인데 재벌이라니 언어도단이다.
사학법인의 이사나 감사직도 실상을 보면 돈과는 무관한 일이다.
서로의 어려운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사학들이 일종의 품앗이 개념으로 상대를 위한 봉사 차원에서 직함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를 주식 지분으로 이익을 분배하는 모양의 기업 지배형태의 하나와 동일시하는 건 거의 폭력에 가깝다.
혹여 몇 천억의 적립금을 예사로 받고 있는 몇 몇 잘나가는(?) 사학들의 배부른 정황을 전체 사학의 경우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할까 걱정이다. 실제로 이들 거대 사학들이 보유한 기금은 어마어마한 규모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일 오래되고 명문으로 꼽히는 일부 대학에 국한된 얘기에 불과하다. 적립금을 쌓은 기간만 해도 수십 년인데 신생대학이나 중고등학교 형편과 비교하는 자체가 천부당만부당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해하는 일도 많고 오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계속해서 똑같은 방향의 오해가 반복된다면 피해 당사자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실제로 수많은 사학들이 힘들고 어려운 현실이다. 통폐합을 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고 더 나아가 교육시장 개방에 따른 특단의 대처가 필요한 이 때 '사학재벌'로 규정하는 일은 여러 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 하겠다.  삼성이나 현대 등의  기업과  같은 반열로 국민의 뇌리에  각인되고  재벌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는 측면에서   속앓이를 하는 사학 관계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  몇 자 적어 봤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나 의원을 소개하는 적절한 수식어를  만들어 봤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교육자의 딸 나경원 의원.                      
그녀의  선전을  빈다.
                                   (2011.   8.  2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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