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9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막말 STOP!!

막말 STOP!!

6.2 지방선거가 막바지를 치닫고 있다.
선거열기가 가열되면서 더 거칠어지는 정치판의 막말 퍼레이드가 금도를 넘고 있는 느낌이다. 독설과 막말이 난무하고, 폭로 고발이 줄을 잇는 선거 현장이 우리의 정치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급기야 정치가 최소한 게임의 룰조차 갖추지 못할 정도가 되었나 싶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전부가 아니면 전무'인 제로섬 게임인 선거의 특성을 감안할 때 그 다급함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특히나 선거판에 있어서 막말이 일시적으로 지지층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박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현 정치권의 막말 수위는 위기감마저 들게 하는 게 사실이다.
지난 92년 14대 대선 당시 법무장관을 비롯한 부산의 기관장들이 부산시내 복집에서 특정후보를 돕기 위해 모였다가 위기에 처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현장을 도청한 테입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 때 궁지에 몰린 후보를 구해내고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주었던 말이 ‘우리가 남이가’였다. 이후 국론분열의 주범인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대표적 유행어로 조금은 불명예스러운 선례로 회자되고 됐지만 차라리 이 정도는 그래도 요즘의 질 낮은 막말에 비하면 수준있는 정치선동이 아닐까 싶다.

막말은 단시간 내에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집단의식에 빠지게 하는 등 극적인 선동효과가 있는 대신 그 후유증 또한 만만하지 않다. 언어폭력으로 인한 상흔이 꽤 오랜 기간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대중을 달아오르게 선동할 수 있는 막말의 효과를 알고 있을수록 유혹의 강도는 더 심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순간의 감정으로 본다면 마약에 빠지는 중독자의 심정이 그렇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수의 선거를 치렀던 나 역시 유세현장에 설 때마다 막말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많았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있는 사회지도층 인사일수록 자신의 말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막말로 선동가나 독설가로서 자리매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인 진로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실제로 잘못 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면서 우리사회를 이끌어 지도층 인사로서의 역할을 제지당한 정치인 사례가 적지 않다.

정치가 존재하는 한 국민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선동은 불가피하다.
막말 또한 우리 선거판에서 쉽게 사라지게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막말은 순화돼야 마땅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생산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길러내는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정치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정치권의 막말은 저마다의 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고 소통를 가능하게 하고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그 뿐이다. 그 힘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순간 반발과 노여움을 촉발시키는 분열의 가치로서만 존재하게 돼 있다. 방어심리는 또 상대 진영을 겨냥한 또 다른 막말을 탄생시키고 치명타를 날리기 위해 기회를 엿보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을 초래하게 돼 있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현실 정치의 문제점은 국민의 인간다운 삶과 상호이해 조정, 사회질서 바로잡는 역할보다는 권력획득과 유지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오로지 이겨야한다는 다급함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못할 지경에 이르다 보니 정치 수준이 점점 막가파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권력에 눈이 멀어 말조차 다스리지 못하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판에서 애꿎은 국민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가관인 것은 가히 막말의 본산지라고 해도 좋을 정치인들이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비속어를 남발했다고 특정 연예인을 지목해서 공개적으로 퇴출을 요구한 일이다. 가히 자기 눈의 들보를 두고 남의 티끌을 지목하는 격이어서 여론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정치인 스스로도 같은 잣대로 ‘수신’할 기회를 갖는다면 정치권 정화에 엄청난 도움이 될 텐데.

혹여 막말이 지나친 과신과 자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분서갱유의 진시황이나 역발산기개세의 항우가 왜 초라한 최후를 맞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최소한 국민을 두려워하는 의식만큼은 저버리지 말자.
국민의 희망을 담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자. (2010. 5.29)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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