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30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31년 만의 외출

31년 만의 외출



오늘은 조금 특별한 콘서트에 다녀왔다.

연극인 윤석화씨가 운영하는 ‘정미소’에서 ‘31년 만의 외출’이라는 부제로 진행된 가수(미대 교수이신데 내게는 이 호칭이 더 정겹다) 정미조씨의 공연을 관람한 것이다.

1,2 층을 가득 메운 관객 대부분이 희끗한 머리, 주름진 얼굴, 두꺼운 안경 등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연배들이었다. 나처럼 31년 만에 다시 가수로 무대에 선 정미조씨를 통해 추억 속의 노래를 듣고 싶은 설레임이 역력한 얼굴들이었다.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그녀의 31년 만에 외출에 편승해 추억에 묻히고 싶은 은근한 기대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세월이 흘렀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감미로웠다.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등 귀에 익은 그녀의 히트곡이 지나간 우리의 청춘을 되살아나게 했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무대의상, 현란하지 않은 무대, 그러면서도 잘 정리되고 절제된 조그만 콘서트가 우리를 통째로 들어 과거의 한복판에 옮겨다 주었다. 충분한 신명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녀는 노래하는 중간 중간 원래 미술학도였는데 노래를 좋아해서 졸업 직후부터 가수로 외도하다가 뒤늦게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그림공부를 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평소 예술가로서 음악과 미술의 통합한 퓨전 장르를 통해 자기를 보여주고 꿈을 키워왔는데 이번 무대를 통해 어느 정도 이룰 수 있게 된 것 같아 정말 기쁘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예전보다 훨씬 푸근해 보이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 쟈니기타를 원어로 부르다가 순간 가사를 잊어버리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사과하는 넉넉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정감을 더해 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무대에 빠져있다 보니 2시간여 되는 공연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행복했던 과거로의 여행이었다.



30여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로로서 손색이 없는 기량을 발휘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인생의 지평을 넓혀준 의미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도 뭔가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아직은 넉넉하다는 새로운 각성이라고나 할까..

공연이 끝나고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지나간 나의 30년은 무엇이었을까 의미를 더듬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너무 빠르게 지나간 시간들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창 밖을 통해 내다보니 덩달아 에너지가 솟는 것 같았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말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일깨워주었다. 아름다운 추억의 시간들처럼 미래의 공간 역시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함께 엮어나갈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이 또 다른 기쁨과 설레임으로 나의 행복 지수지수를 마구마구 높여주는 밤이다.
(2010.5.31)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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