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6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심금을 울려라

심금을 울려라



기질은 어쩔 수 없나보다.

정치현장에서 비껴서 있으면서도 거의 정당 선거대책본부장 수준으로 선거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는 것 같지 않다. 선거에 출마하는 지인들 때문에 수도권 일대의 다양한 지역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어느 지역이라고 할 것 없이 후보들만 일방적으로 분주할 뿐 정작 유권자의 관심이나 호응은 싸늘함 그 자체였다. 거리마다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현수막 행렬과 마이크의 떠들썩한 소음이 무색할 정도로 가라앉는 분위기여서 안타까움마저 자아낸다.




일단은 박물관에 전시해도 서운하지 않을 구태의연한 선거운동 방식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다.

벽보건 현수막이건 선거운동원이건 유세차량이건 심지어 후보자 당사자까지도 천편일률적인 동작과 구호만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빈약한 선거운동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얻을 리 만무라는 생각이다. 누가 누군지 구분도 되지 않을뿐더러 뻔한 속셈을 꿰뚫고 있을 유권자에게 어필은커녕 짜증을 유발할 게 너무나 뻔해 실망스러웠다.



내가 경험했던 미국의 선거문화는 지상 최고의 쇼였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그들의 선거운동 방식은 호기심과 흥미를 미끼로 유권자의 관심을 주도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어떤 기발한 이벤트로 전개될까 하는 기대감이 선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전개됐다.

우리에게도 선거가 유권자에게 스트레스의 주범이 아닌 카타르시스의 순기능으로 환영받을 때가 과연 오기나 할까 싶다. 툭하면 할 수 없고 안되는 이유 투성이인 우리의 선거법이나 경찰, 검찰, 법원이 선거판을 주도하는 우리로서는 고비용이고 돈 많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선거문화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정체된 우리의 선거현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거를 축제로 만들지 못하게 막는 규제일변도인 현행 선거법부터 바꿔야 한다 . 출마자나 유권자 모두가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선거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정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일반적인 법 상식과 유리된 선거법이 주도하는 한 국민을 볼모로 한 음모가 활개 치는 혹세무민의 절망만 난무하게 될 것이다. 정치에 대한 혐오는 국민 불신을 초래하게 돼 있다. 의혹에 가득 찬 현실은 출마자에게도 국민들에게도 희망을 앗아가 버린다.

개인적으로도 정치 중심에 서게 된다면 가장 먼저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싶다.



이번 선거를 국민과 함께 하고 싶다면 입후보자 저마다 국민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감동 선거 전략을 모색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잦은 충격에 시달리다보니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래도 이보다 더 효과적인 선거운동은 없을 것이다. 리어커나 오토바이 등 저마다의 형편에 맞는 이동수단으로 천편일률적인 유세차량 수요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유권자의 눈길을 끌어당길 수 있는 훌륭한 선거전략이 될 수 있다. 똑같이 반복되는 확성기 소음과 흥미를 끌지 못하는 율동 보다는 유권자의 호감을 이끌어 낼 방도라고 나는 확신한다.

실제로 역대 선거 국면에서 순전히 목욕탕 가서 노인 등을 밀어서 당선된 후보가 있는 가하면 좀 더 오래 전에는 노인잔치로 노인표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치인이 있다. 선거 기간 내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유세로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도 국민에게 다가가는 감동의 노하우를 일찌감치 간파한 케이스다.



사소하지만 거대한 성공의 지름길을 보장하는 선거전략의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감동’이다.

지난 16대 대선이 끝나고 정치평론가와 홍보전문가들이 각 후보 진영의 홍보전략 효과를 분석한 바 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기타를 치면서 눈물을 흘리는 당시 노무현 후보의 감동 전략이 뻣뻣한 왕손 이회창의 엘리트 전략을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

15대 대선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었다.

이인제 . 이회창, 김대중 세 후보가 참석한 텔레비전 토론회 말미에 마지막 심정을 말하는 자리에서 " 두사람은 달리 기회가 있지만 저는 마지막입니다"라는 당시 김대중 후보의 호소가 최소한 수십만표를 움직였다고 평가된 바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력 정당후보 틈새에 끼여 선거운동을 하던 한 군소정당 후보의 경우 비오는 합동 유세현장에서 연단에 올라 "여당 후보A는 낙선해도 사장이 될 수 있고 야당 후보 B는 부자집 아들이 될 수 있지만 군소정당 저 C는 떨어지면 죽습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읍소했다. 박빙의 승부였지만 C가 당선되었다.

감동은 연출해 낼 수도 있고 잠시의 눈속임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가짜는 조만간 그 실체를 드러내게 돼 있다. 오래동안 큰 울림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지배할 수 있는 건 진정성 있는 감동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유권자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의 선거전략을 펴라.

특히나 피 말리는 접전의 귀로에 서 있는 후보에게는 금과옥조 같은 당부가 될 것이다.
(2010 .5.26)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