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9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패륜녀

패륜녀

서울의 중견 대학인 K대학이 달갑지 않은 '유명세‘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재학 중인 한 여학생이 엄마뻘인 교내 미화원 아주머니께 입에 담지 못할 폭언으로 패악을 부렸다가 이른 바 ‘00대 패륜녀’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학교도 학교지만 해당 여학생도 큰일이다. 신중치 못한 발언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인터넷 속성에 힘입어 천하의 패륜녀로 매장될 위기에 처한 이 여학생 사례는 말이 갖는 폭력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일찍이 선인들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거나 침묵은 금이고 명언은 은이라며 특별히 언어사용의 신중함을 강조했던 것도 엇나간 말의 후유증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번 사건만 해도 애당초 예의를 갖추고 부탁했더라면 별 문제 없이 지나갔을 사소한 발단이 한 여학생을 사회적 공분 대상으로까지 몰고 갔다. 만만치 않은 말의 파괴력을 간접 체험인 셈이다. 새삼 어휘선택에 신중해져야겠다는 각성과 재무장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본질적인 고민은 제대로 된 ‘인간’을 길러내지 못한 우리 사회 전체의 책무의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땅의 동량들을 ‘인간’으로 만들어야 할 당사자 중 한사람으로서 크나큰 책임감에 통감하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훈육이 사라진 우리의 ‘교육현장’에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못해도 좋으니 그저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부축임이 우리들의 미래 세대를 훼손시킨 주범임에 틀림없다. 권력이나 재물, 명예 이전에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치기는커녕 기능과 능력만 강요하는 속살 없는 교육이 우리의 젊은 동량들을 ‘괴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 사회 전체가 그 부작용에 상당부분 시달리고 있는 중인 것도 사실이다.
재난이나 사소한 손실에는 민감하면서도 정작 그 보다 훨씬 더 큰 재앙에는 발등의 불이 떨어져도 무감각해 있는 허망한 현실에 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괴물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사회- 그 끔찍한 결과는 생각하기도 싫다.
학력수준의 인플레로 온 국민의 고학력화에도 불구하고 인성 부재로 ‘후유증’이 돌출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학력’이 ‘참 인간’을 충족하는 우선 조건이 아닌 건 틀림없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경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분야의 업그레이드만으로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구성원의 질적 수준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사제지간의 인성 교류가 아닐까 싶다. 훈육과 교육이 함께 하는 인성교류를 통해 올바른 가치관이나 긍정적 사고가 정착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구성원의 자질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이제부터라도 인성과 훈육에 초점을 맞춘 교육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든 사람’ ‘난 사람’ 양성에는 성공할지 몰라도 ‘된사람’ 교육은 요원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어찌됐건 된사람을 만들지 못하는 교육은 죽은 교육이다. 죽은 교육을 가지고는 대한민국의 21세기를 결코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이번 ‘패륜녀’ 사태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하는 이유인 것 같다.

어쩌면 이를 계기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우리의 교육현장이 진일보 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정성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힘있고 능력있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사회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 간다면 반목과 갈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고 대한민국의 핑크빛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우리 사회 전체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어떤 지위에 있건 소득이 얼마건 누구나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며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너무나 중요한 시대적 요구다.
외면하지 말자.
(2010 .5.19)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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