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3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어머니의 축제

어머니의 축제


주말이면 대체로 어머니를 찾아 간다. 어머니께서 준비하신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주인공은 나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개최되는 이 주말 페스티벌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메뉴는 단연코 ‘엄마표 식탁’이다. 오늘 아침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는 간장게장과 알이 꽉 찬 조기구이가 눈에 확 들어오는 식탁에서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 순간 그 어떤 보약의 효능에 견줄 수 없는 ‘영양’을 공급받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나는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 역시 빠질 수 없는 이 축제의 메인 메뉴다.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늘 느끼는 바이지만 어머니가 관심을 보이는 대화 주제는 팔순이 넘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고 총기가 넘친다. 특히 아들의 정치적 성장을 염원하시는 어머니는 평소 신문의 정치면은 물론 사설까지 섭렵하는 모니터링 실력으로 해박한 정치적 감각을 보이신다. 거의 정치 평론가 수준의 견해를 피력하실 때가 많아 듣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어머니 걱정의 태반은 거의 다 아들인 나와 관련된 문제다. 실제로 내 문제가 어머니 관심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도 내 얼굴에 드리운 주름살과 건강문제에 관심을 보이셨다. 그 밖에도 손녀 딸 결혼문제 등 일상적인 얘기부터 천안함 사태로 인한 정치적인 상황에 이르기기까지 총체적인 주제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다.



본가를 다녀오면 어김없이 에너지 충전소에 들렀다 나온 기분이 든다. 오늘도 어머니의 사랑을 온 몸에 채우고 나오니 마치 천하라도 다스릴 것 같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가 느껴진다.

언제나 변함없는 후원자로 아낌없이 부어주시는 어머니 사랑에 힘입은 결과다.


언젠가 야구장에서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가 관중석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공중파를 통해 알리고 싶은 욕구로 ‘00과 @@는 서로 사랑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누군가 사랑하거나 (부모 자식간이든 연인간이든) 종교에 헌신하게 될 때 특정한 대상을 향한 자발적인 사랑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고 하던데 사랑을 드러내고 또 자랑하고 싶은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인 듯 싶다. 나 역시 어머니 때문에 행복해진 이 마음을 온 천하에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충동을 느끼면서 사랑에 빠진 감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감동을 전달하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감정에서 세상을 지배하는 강력한 힘의 근원을 감지하게 되는 것 같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들뜬 마음을 세상에 자랑하고 싶어 하듯 사랑이나 종교를 통해 얻게 된 감동도 많은 이들에게 광고하고 싶어하고 전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하고 강력한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

우선 스스로를 움직이고 주변을 움직일 수 있는 자발적인 영향력을 담고 있는 막강한 에너지의 놀라운 힘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자발성이 갖는 강력한 에너지의 새로운 발견이기도 하다.



선거 국면에 있어서도 가장 확실한 당선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건 자발성이다.

예수가 열두제자에게 심어준 신앙적인 확신이 바탕이 되어-열두제자의 목숨 건 포교활동에 힘입어- 오늘 날 기독교가 완성되었듯 선거에서도 후보의 정치적 확신을 심장에 담은 선거운동원들이 자발적인 움직임이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가장 파괴력 있는 선거운동이 된다.

뭐가 됐든 조건으로 움직이는 사회적 풍토를 감안할 때 자발적 동기로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귀한 가치를 내포한다. 실제로 한걸음 간격에도 본래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목적을 뛰어넘는 조건행렬이 지뢰밭처럼 널려있으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아직은 어머니의 사랑이나 남녀 간의 사랑이나 종교의 신앙 등으로 인한 감동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의 파동을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하는 그 힘이 세상을 바꾸고 희망을 품게 해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랑의 힘’이다.
(2010. 5.23)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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