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8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다시 시작하자

다시 시작하자

정치적 도반의 ‘불운’ 앞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밤이다.
어떤 식으로든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새벽 2시, 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동안의 과정이 3D 파노라마 영상이 되어 한꺼번에 스쳐간다.
나 스스로에게도 화가 나고 그에게도 화가 난다.
사나이 중 사나이고 의리파인, 그러나 유난히 적도 많고 탈도 많은 그의 ‘분루’를 보면서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난감함이 머리속을 하얗게 비우고 말문마저 닫아버리는 느낌이다.
친구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그의 속상함이 내 속상함으로 전해진다. 낙심 때문에 한없이 쓸쓸해진 그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자꾸만 허둥거려지는 마음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숱한 삶의 자취를 남기게 된다.
걔 중에는 어느 날 불쑥 운명을 가르며 찾아드는 ‘봉변’ 때문에 삶의 지표를 바꾸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세상의 그 어떤 일도 일어나게 돼 있는데 우리는 왜 너나없이 자신의 인생만큼은 상당한 분량의 ‘불운’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믿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막상 억울하고 터무니없는 일 때문에 고통 속에 갇히게 되면 세상과 주변부터 야속해지는 게 사실이다. 팔다리가 다 잘려져 나가는 듯한 허전함에 온 몸이 떨리는 고통은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실제로 도처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보게 된다. 터무니없는 건 그렇다 치고 도저히 수습이 안 되는 억울함은 억장을 무너뜨리기 일쑤다.

다행인 것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인간에게 실패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의지가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경험한 바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밀어붙이던 음해와 루머로 상심하던 불면의 와중에 손님처럼 찾아든 따뜻한 그 ‘기운’이 고통의 질곡에 빠져있는 내게 ‘용기’를 줬다. 고통을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도록 내 삶을 다독이며 견인해 줬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의리도 리더십도 영향력도 패배도 아니다. 실패 앞에서 ‘용기’를 잃지 않는 의지가 우선이다. 다시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중장기적인 준비는 물론 시대적 흐름까지 감안한 세심한 계획으로 시작하면 된다. 물론 도중에 생각이나 마음, 태도 등을 바꿀 수도 있다.
그렇게 포기를 거부하고 용기를 끌어 모으고 있는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일은 정말로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때부터 반석 위에 ‘뜻’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석은 또 다른 가능성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함선이 남아있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품었던 희망의 본체에서 친구에게 해 줄 수 있는 위안의 말을 비로소 건져 올렸다.
적지 않은 소득이다.
-친구야, 아직도 선택할 수 있는 열두가지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힘을 내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친구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내 자신을 향한 당부를 곱씹으며 운무에 싸인 이 새벽을 마감한다.
(2010. 5. 9)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