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7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우리 게 아니다

우리 게 아니다



쾌청한 날씨가 쪽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청명한 하늘로 우리를 온통 설레게 했던 하루였다.

13년 만에 가장 맑은 날씨였다고 해서 화제가 만발하기도 했다.

중요한 점심약속을 끝내고 앞산을 바라보다가 하늘의 구름이 너무 멋지다는 메시지에 이끌려 도봉산에 뛰어 올랐다.

2시간 남짓한 등산 내내 파란 하늘과 흰구름 그리고 나무들이 쏟아내는 녹색 향연에 취해 너무나 행복했다. 오늘처럼 도봉산 자락에 사는 것을 감사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산에 오르니 나처럼 푸른 하늘의 유혹에 넘어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으로 일년내내 이런 풍광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주고 받았다. 나도 물론 같은 심정이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도봉산은 어릴 때부터 자주 오르던 산이다. 그 때는 이 정도의 맑은 시계는 지극히 당연한 일상이어서 특별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조차 없겠지만 가다가 목이 마르면 개울물에 갈증을 해결할 정도로 안전한 마실거리였다. 산소 공급을 받는 것처럼 코를 벌름거리게 하는 맑은 공기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모처럼 보게 된 맑은 하늘이 화제가 될 만큼 우리의 주변 환경이 정말로 많이 변했다. 각박해진 우리의 삶만큼이나 황폐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자연호흡도 옛이야기 속에서나 찾아보게 될 지도 모른다. 대기 중 공기 오염으로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산소마스크를 상용하게 되는 재앙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공포다.



그동안 누누이 강조했지만 환경은 우리 것이 아니다.

후대에게 잠시 빌려쓰고 있을 뿐이다. 소중하게 다루다가 돌려줘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그런 의미에서 4대강 문제를 생각하면 답답함부터 밀려온다.

솔직히 전문성이 없기에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환경은 될 수 있으면 손대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보호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환경 파괴를 우려하면서 4대강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물론 천주교, 기독교, 불교를 총망라한 종교단체들까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제고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이다. 급기야 오늘은 이례적으로 산중 선원에 묻혀 참선 수행에만 정진해 온 스님들까지 4대강 사업을 질타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목사님과 신부님들이 단식농성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다수의 국민 여론이 반대하고 있다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텐데 정부는 이들의 반대 목소리에 귀를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격다짐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지 싶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국민이 그토록 반대한다면 한번쯤 민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설득부터 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정부가 아무리 4대강 사업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친환경사업이라고 홍보해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도 선결해야 할 문제를 외면한 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인간의 개발이 자연환경과 생태 파괴를 초래할 가능성은 상수로 존재한다. 그런 측면에서 4대강 개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은 아무리 세심해도 부족하지 않다. 만에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다시 살펴야 한다. 일시적 안위에 연연할 범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녁 산책길에 달을 보니 너무나도 밝고 깨끗하고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서 처연한 느낌마저 든다.

오늘 보는 이 달을 우리 후대들도 똑같은 여건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천년만년 보호하고 싶다는 바람은 나만의 뜻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강산을 잘 지키고 보존해서 후대에 떳떳한 입장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로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2010.5.27)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