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4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사랑

사랑



어제는 어머니 사랑 때문에 온종일 구름에라도 올라탄 양 행복했었단 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 자랑했었다. 그 때문이었나? 오늘 아침 어머니는 예고도 없이 어제보다 더 거한 식탁을 차려놓고 이 아들을 부르셨다. 어머니 성화에 다이어트고 뭐고 다 팽개치고 포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참으로 이상한 건 평소 아침밥을 먹지 않는 습관을 가진 내가 전날 밤 늦은 귀가로 인한 피곤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호출 한 방에 단걸음에 달려가 엄청난 양의 아침 식사를 한 사실이다.

어머니와 나 사이를 잇는 사랑의 힘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체험’이다.



모처럼 유유자적하게 보낸 휴일은 색다른 경험을 줬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케이블 방송의 영화를 봤는데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남녀 간 사랑의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변심해서 유부녀가 된 첫사랑과 재회한 남자가 부모의 만류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사랑(#1), 천진난만하고 알콩달콩한 신혼부부의 순수하고 싱그러운 사랑(#2), 오랜 외도로 방황하다 돌아온 병들고 나이든 남편을 받아들이는 관용과 포용의 미가 돋보이는 노부부의 사랑(#3), 처음엔 뜨악한 관계였는데 공동의 목표물을 향해 어려움을 함께 뚫고 나가는 동안 싹트게 된 사랑을 투쟁을 통해 지켜나가는 연인의 사랑(#4), 외부에 장애요인이 생겼을 때 뿌리 째 흔들리는 취약한 부부의 사랑 (#5) 등 무려 다섯 종류의 서로 다른 형편의 사랑을 하루 동안 간접 경험한 셈이다.

그렇게 우연히 접하긴 했지만 그동안 사랑에 대해 특히 남녀 간 사랑의 정서에 무심했던 나의 무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사랑이 뭘까?

솔직히 단순하게 정리할 수 있는 부모와 자식, 신과 인간 사이의 사랑과는 달리 남녀사이를 지배하는 사랑의 개념은 특별히 복잡하다. 사랑의 자극이 어디서 시작해서 어떤 경로를 거치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주위에 사랑이 널려있고 늘 사랑을 말하는 우리의 일상이지만 사랑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다양한 수단을 통해 숱하게 사랑을 얘기해 왔으면서 정작 이토록 헤메고 있는 상황이라니.


흔히 말하듯 남녀 간의 사랑은 광풍에 불과한 것이고 영원히 지속되기 어려운 존재인지, 신기루에 불과한 것인지 등에 대한 궁금증들이 공허해진 머릿 속을 온통 헤집어 놓는다. 생각에 빠져들수록 해답을 구하고 싶은 조급증이 일었다. 이번 기회에 사랑을 제대로 정리해두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나의 노력을 독촉했다.

그래서 사랑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시인이라도 된 양 폼을 잡고 촛불을 켜거나 섹소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선인장 가시에 손가락을 찔려 자극해 보기도 했다. 펜도 만져보고 초코렛까지 입에 넣어가며 용을 썼으나 어렴픗 미동만 전달될 뿐이었다.

정작 사랑의 구체적 실체를 얻어낸 건 다른 시도를 통해서였다. 설레임, 기다림, 희열, 포용 등의 단어들을 퍼즐삼아 조합하다가 비로소 사랑의 개념을 손안에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분야의 프로가 아닌 입장이기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랑은 개인의 적극적인 의지가 가장 강력하게 작동되는 상황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서로의 교감을 통해 간격과 차등을 없애고 진정성을 확보해서 동일한 자아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었다. 각각 개인의 공간을 유지한 채 서로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 같은 것이었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서로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력이 작동되는 배경도 사랑의 시작으로 얻을 수 있는 부수적 산물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대한민국 수많은 사람들을 붙잡고 있던 ‘사랑타령’을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했던 나의 무지함을 반성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때 느끼는 안정감과 만족감이 행복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사랑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둘 사이를 관통하는 떨림의 순간, 가슴 깊숙한 울림으로 절정에 이르는 사랑의 화음은 신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심이라고 생각한다.

사랑 하자.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사랑의 힘에 의지해서 어두운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랑을 꿈꾸면서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며 사는 삶도 기대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날로 척박해져 가는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으뜸 단어가 ‘사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자.



깊은 밤, 어둠을 가르는 빗줄기를 우산으로 막으며 생각한다. 오늘 수확한 이 깨달음을 블로그 독자께 아낌없이 드리겠다고. 그것도 사랑이다. 내 사랑을 받아주시라.
(2010. 5.24)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