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8일 토요일

홍문종생각 - 천륜을 세우자

천륜을 세우자

나이 50을 넘겨 살면서 자식노릇도 부모노릇도 해볼 만큼은 해 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좋은 부모나 좋은 자식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 자신 부모역할이나 자식역할을 정말 잘 해 낼 수 있느냐에 이르면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고백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세상사를 통해 접하게 되는 부모 자식 사이의 ‘파편’을 통해서도 결코 녹록치 않은 정황을 보게 된다.
오늘 아침만 해도 남편과의 불화를 이유로 어린 자식들 앞에서 목숨을 끊은 모진 모정과 기초수급비를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노모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폭행을 휘두른 패륜아들에 관한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했다. 돈을 안준다고 부모를 죽인 자식, 말 안 듣는다고 자식을 죽인 부모 등 천륜을 저버리는 극단적인 이야기도 드물지 않게 듣게 되는 소식이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가 됐건 자식이 됐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일이 정말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릴 때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부모님보다 자식에게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었다. 그러나 자식을 셋이나 두고 있는 지금의 나는 내 부모님이 얼마나 훌륭한 부모님이신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자식들을 키우며 내 자신 부모님께 얼마나 수월하지 않은 자식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부모님께서 느끼셨을 ‘마음의 진동’을 조금은 감지할 수 있는 역지사지를 경험하기도 한다.
혹여 부모님께 바치는 효도 보다 자식에게 받는 효도를 우선시하는 어리석음으로 부모님 마음에 누를 끼치지나 않는지 갈수록 조심스러움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뭐라고 해도 좋은 부모의 가치는 솔선수범에 있지 않을까 싶다. 부모는 ‘바담 풍’ 하면서 자식에게 ‘바람 풍’을 강요한다면 원하는 바를 절대 이룰 수 없다. 올바른 부모의 역할이 가정의 성패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가르침은 가정의 안정이 우리사회의 근간을 이룬다는 방점을 찍고 있다. 갈수록 사회적 혼란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가정이 온전히 서지 못한 현실적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가족간의 소통이다. 소통의 부재는 구성원 저마다의 역할 부재로 인한 불화로 이어지게 돼 있다. 가정의 기본을 가족 간의 소통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보는 이유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구성원 간의 합의에 따른 룰에 의해 이해하고 인내하는 것도 소통을 위한 한 방안이다. 소통도 일종의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량이라는 측면에서 가족 구성원이 희생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소통의 기본 조건이라 하겠다.

사회가 복잡하게 되면서 좋은 부모나 자녀가 되는 법을 제대로 배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때문에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같은 인위적 기회를 통해서라도 훌륭한 부모나 좋은 자식이 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사회적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삼강오륜이 됐건 사서삼경이 됐건 성경이 됐건 코란이 됐건 21세기에 맞는 ‘기본’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좋은 부모와 좋은 자녀를 통해 세워진 좋은 가정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대책 마련에 골몰해야 할 때다.
천륜을 세우자.
가정이 붕괴가 인간의 모든 가치를 무너뜨리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함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 (2010. 5.8)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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