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8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신왕조 스캔들

신왕조 스캔들



전세계가 베일을 벗고 실상을 드러낸 북한의 신왕조 스캔들에 술렁거리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4년 만에 소집된 노동당 대표자회에 맞춰 20대 후반의 3남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하고 자신의 뒤를 이를 후계자임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故 김일성 주석이 아들 김정일 위원장한테 넘겨줬던 세습권력이 손자 김정은에게까지 이어지는 초유의 권력세습이 북한사회에서 실현된 셈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김정은의 권력 승계가 북한 사회에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와병설이 돌기는 하지만 김정일이 버티고 있고 김경희, 장성택 등 버팀목으로 나선 ‘혈연중심’의 후계 구도에 실리는 무게 때문이다. 북한의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으로서도 한반도 안정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체재를 인정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파격’에 외신들이 유례없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3대째 이어지는 세습구도나 지나치게 어린 ‘대장 동지’에 대한 북한 내부의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의 심기 역시 착잡할 수 밖에 없다. 이제 겨우 2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의 ‘좌충우돌’에 따라 한반도 전체의 명운이 좌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예고되는 수순임에도 다가올 정황에 준비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그저 남의 집 불구경 하는 식이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허둥지둥 나서는 것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보다 적극적인 준비와 대책으로 위기 국면을 슬기롭게 넘길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구축해야 한다.

그토록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에도 불구하고 통일 후유증 때문에 국가적 위기에 봉착해 있는 독일의 선례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변화에 임하는 우리에게 남다른 각오가 있어야겠다.



후계구도를 통해 드러난 북한의 의중을 바라보며 3가지 변수에 대한 대비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첫째,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권력의 속성 상 결국 김정은과 그의 고모부 내외는 균열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있다고 본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군부 갈등 그리고 주민들의 민심 이반 등 심각한 북한현실로 볼 때 ‘체제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재벌가 자제처럼 성장했을 뿐, 일천한 경력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김정은 자신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변수다. 재벌의 아들이라고 다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짧은 경륜으로 과연 온전하게 체제를 통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수십 년 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르게 무리수가 너무 많은 김정은은 솔직히 불안하다.

경험이 없다는 것은 오판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마리 앙뜨와네트처럼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된다’는 식의 현실과 유리된 사고로 인한 '돌발적 상황'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미숙한 그가 오판으로 팽팽한 긴장 국면을 깨버리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세번째, 취약한 북한의 경제상황도 변수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듣게 되는 북한의 실상은 놀라움 그 자체다. 그야말로 무너져 내리는 둑을 막을 의지조차 남아있지 않은 고사 직전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감추려 해도 감출 도리가 없는 심각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이 내가 보는 김정은을 주인공으로 한, 3대 세습 드라마에 대한 관전평이다.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이 비슷한 불안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결국은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남아있는 우리 민족 차원의 문제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

더 이상 통일에 대한 찬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려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임을 인정하자.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상황인식에 뜻을 함께 하는 것에서 시작하자.

국가 차원에서 어떤 식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국민 계몽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10.9.2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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