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9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역원조교제

역원조교제


왜곡된 성문화의 인질이 되어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실태가 점입가경이다.

솔직히 인터넷 뉴스 제목을 클릭하기조차 겁날 정도로 끔찍한 현실이 날마다 줄을 잇는 형국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 미숙한 정신과 조숙한 신체의 부조화 때문인가,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이번에는 ‘逆원조교제’라는 생경한 용어로 혼 줄을 빼놓는다. 세상에나 어떻게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활용한 성매매로 돈을 벌 생각을 해낼 수 있었을까?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 앞에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10대 남학생들이 그것도 성인 여성들을 상대로 성을 팔겠다고 나섰다가 무더기로 적발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래서 따라 붙은 이름이 ‘역원조교제’다.

경찰에 따르면 문제의 사이트에 가입한 남녀 회원(남자 회원은 10, 20대였고 여자 회원은 20대 후반부터 50대까지의 연령대)이 544명이나 되었고 역원조교제를 원하는 글이 무려 844건이나 게시돼 있었다고 한다. 이를 매개로 10대 남학생과 성인 여성들 간의 성매매가 성사되기도 했다니 전체 사회의 전반적인 정서와 마냥 동떨어진 발상이 아닌 것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상이 무섭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성인들의 비뚤어진 성의식 피해자였던 10대 청소년들이 이제는 가해자가 되어 사회적 혼란을 주도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현실이 당혹스럽다.

게다가 비정상적인 청소년 성문제가 근절되기는커녕 확대일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걸러지지 않은 낯 뜨거운 性적 표현이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영화 스크린을 통해 무방비적으로 범람하는 요즈음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역원조교제 케이스도 케이블 TV 프로그램이 모방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마당이다.상업주의의 치열한 경쟁 구도 때문에 어느 결에 인간의 性은 더 이상 짐승의 본능적인 욕구와 변별되지 않는 수준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온 몸으로 ‘바담 풍’을 보여주면서 입으로만 ‘바람 풍’을 가르친 기성세대의 이중성이 초래한 부작용에 다름 아니다.

구부러진 아이들의 이 모습은 가릴 수 없는 우리 어른들의 자화상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청소년의 성적 일탈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황금만능주의가 불러온 또 하나의 일그러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다. 결국 오늘 날 원조교제나 역원조교제로 인한 혼란도 그 천박한 논리가 급기야 물질로 환산해서는 안될 영역을 침범해 버린 후유증에서 비롯된 셈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게 최고의 선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현실이기도 하다.

부모의 보호 없이도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우는 요인이다. 부모 슬하를 떠나도 수월하게 돈 벌 수 있다는 단 하나의 믿는 구석이 그들로 하여금 고민없이 너무나 쉽게 현실을 박차고 나서게 하는 것 같다.

덕분에 조금만 못마땅해도 가출을 일삼는 10대들의 풍속도가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은 세상이 됐다. 인정하기 싫지만 성문화의 마수가 가출 청소년을 유혹하고 있는 현실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도시 곳곳에 지뢰처럼 널려 있는 어두운 수렁 속으로 날마다 빠져들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철학의 빈곤도 문제라면 문제다.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동안 먹고 사는 데 치중 할 수 밖에 없었던 불행한 과거에서 핑계거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일상이 동물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는 자존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는 요즈음이다. 왜 사느냐에 대한 자기 성찰이 국가와 가정, 그리고 개인 등 저마다의 위치에서 철학으로 정립되고 무장돼 있어야 하는 당위성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 인간 본연의 것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동물적인 본능과 약육강식의 질서로만 존재하는 우리 현실이다. 이로 인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이 엄청난 사회적 병리현상을 감당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가슴을 태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현실 앞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현장에 있는 입장에서 이 난감한 현실을 어찌해야 좋을지 하루 종일 막막함으로 겉도는 기분이었다. 아직은 푸른 꿈에 젖어있어야 할 어린 학생들을 그토록 황폐한 폐허로 내몬 건 순전히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자책 때문에.




김수환 추기경, 법정스님, 옥한흠 목사....

그나마 방황하는 발걸음을 잡아주던 종교 지도자들의 빈자리가 크나큰 그리움이 되어 가슴을 울린다.

그들의 부재가 이 시대 우리가 안고 있는 크나큰 슬픔임을 절감시킨다.

아무도 안계세요?

누구라도 우리 손을 들어 가르침으로 통솔해 줄 수 있는 존재의 출현을 간절히 기대하게 되는 이 밤이 다.

(2010.9.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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