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6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물질의 허망함을 벗자

물질의 허망함을 벗자



캘리포니아 현역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訪韓 일정이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2012년 캘리포니아 고속철 사업 논의를 위한 그의 행보가 정치적 입지보다는 배우로서의 유명세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세계 영화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헐리우드,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또 세계 최고의 색을 품고 있는 말리브 해변과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진 엘로우 스톤 공원...

천혜의 기후조건과 함께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소유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의 ‘골든 스테이트’로 불리우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곳이다. 국가 단위로 평가해도 경제 순위 세계 8위, 세계 10위의 면적이나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기회의 땅이었다.

나 역시 스탠포드 재학시절 3년여의 시간을 캘리포니아에서 머문 바 있는 데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추억 속에 새겼던 그 때의 정경들이 지금도 가끔 엔돌핀을 가동시키는 동력이 되곤 한다. 유명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 특성 상 유학생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의 유학생들, 특히 중국 유학생들이 캘리포니아가 천국에 가깝다며 감탄해하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오늘 날 캘리포니아 현실은 안타깝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세계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캐리포니아 위상은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어 가고있다. 늘어나는 적자폭을 매울 도리가 없어 재정파탄에 대한 위기감으로 퇴락의 기조가 역력하다.

급기야 외국으로부터의 수혈이 불가피한 상황에까지 이른 모습이다. 경기불황 직후 세수가 급감하는 가운데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급증한 건강보험과 사회안전망에 대한 수요에 따른 정부지출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슈왈츠제너거 주지사가 영화 터미네이트에서처럼 터프하게 캘리포니아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다지 희망적인 것 같지는 않다.

작금의 캘리포니아 현실은 천혜의 입지조건이라도 무절제한 낭비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음을 웅변적으로 설명해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캘리포니아의 퇴락을 지켜보는 심정이 솔직히 복잡하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 문제가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이 불안감이 기우로 그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자신없다.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사회적 풍토가 불안감을 날로 증폭시키고 있다. 사람의 진가가 값비싼 자동차나 거주지역이나 아파트 평수, 명품 브랜드 물품의 소유여부로 판단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골프채나 화장품 등 각국의 명품들이 일단 한국 시장에 런칭돼 성공여부를 테스트 받는 게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 일인당 최고급 양주의 소비가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라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소비 장악력(?)을 지금 우리 국민이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억 명품녀’ 케이스가 천민자본주의의 대표적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당국의 세무조사 방침까지 촉발시킨 명품녀에 대한 진실공방이 주변인의 가세로 논란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전남편을 자처하는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녀의 낭비벽을 하소연하는 기사도 나왔다. 속단할 수 없지만 드러난 일들이 사실이라면 부모의 무책임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지만 부모의 무절제한 호의(?)가 자식의 인생에 걸림돌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부의 권리’를 부정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물질과 소유가 인간의 참 행복을 보장하는 가치척도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물질의 충족을 목표로 하는 인생은 끝없는 갈망의 연속 속에서 돌아서면 늘 허기를 느끼게 돼 있다. 명품녀가 갖고 있다는 8억 상당의 40여개의 명품백이 그 반증이다. 모르긴 몰라도 채워지지 않은 갈망이 그녀로 하여금 끊임없는 명품 쇼핑 순례자로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자신이 존재하는 근원적인 목표점이 설정되지 않은 삶은 늘 부족함 투성이일 수 밖에 없다. 스스로의 욕심에 노예가 되어 삶을 탕진한 결과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도 인류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도 평생을 영원한 방랑자로 허기를 느끼며 살다간 흔적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가 좀 더 근원적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 방편으로 저마다의 소명의식을 찾는 정신운동을 펼치는 건 어떨까 싶다. 물질의 허망함을 벗자는 것이다.

한 차원 승화된 정신적 가치가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그 자신감이 불안한 기조를 보이고 있는 우리 현실을 구원할 수 있는 근원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선택은 저마다의 몫이지만.

(2010. 9. 1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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