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7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아버지 리더십

아버지 리더십


한국 여성들은 역시 남자보다 한 수 위다.

FIFA 주관 U-17 여자월드컵을 통해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태극소녀들.

감격적인 우승 골로 시름에 잠긴 국민들에게 위안을 준 그네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이들이야말로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국운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좋은 날, 잦은 外侵과 일제 수탈, 동족상쟁의 비극 속에서 헤매던 우리의 과거사가 떠오른다.

오늘의 대한민국 위상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을 시절의 기억들이 있다.

6.25 직후 외신보도는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필 수 있겠느냐’며 우리의 현실을 폄하하기 일쑤였다. 국제무대에 ‘Made in Korea' 제품이 한참 뒤떨어지는 성능으로 푸대접 받던 시절도 있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생활할 때 우리나라 제품 수리를 의뢰했다가 ’한국산이 뻔하다‘는 반응 때문에 속상했던 경험이 있다.

거칠고 힘든 시절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어렴풋하나마 너나 없이 생존 그 자체를 삶의 전부로 받아들이던 시절의 편린들을 기억한다.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한 처지이다 보니 ‘삶의 질’은 커녕 ‘멋’이나 ‘격’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만큼 지친 삶의 연속이었다. 그저 생존에 대한 보장만이 모든 이들의 최대관심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와우 아파트나 성수대교, 삼풍 백화점 등 수많은 인명이 살상됐던 ‘인재’조차도 살아남기 위한 총체적인 과정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할 대가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의 기준으로 그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을 평가하는 기준에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작고 하셨지만 이름만 되면 알만한 대기업 회장이셨던 A씨는 생전에 내 앞에서 회한의 눈물을 보인 적이 있다. 그는 지난 날 살기 위해 저질렀던 숱한 일들이 후회되고 부끄럽지만 당시로 되돌아간다면 또 살기위해 그 짓을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거라며 장탄식을 한 적이 있다.

지난 날 과오에 대한 지적은 다음 세대의 이정표가 된다는 의미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짚을 건 짚고 고칠 건 고치고 넘어갈 건 넘어가는 식의 마무리는 필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대적 아픔을 온 몸으로 막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 몰아붙이기 식이 아니라 시대적 특수 환경을 반영한 배려차원의 평가기준이 있어야겠다는 얘기다.


“아빠, 청문회 하는 자리엔 절대 나가지 마세요”

오늘 아침 청문회 관련 뉴스를 보다가 딸아이가 내게 던진 일갈이다.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내고 이제 국무총리가 되기 위해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황식 후보자를 향해 쏟아지는 각종 의혹들, 특히 딸과 관련한 문제제기가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았나 보다.

김 후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혹시 A회장처럼 험한 시절을 건넌 세대가 아닌가 싶어 약간은 안쓰러운 느낌이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청문회가 모쪼록 좋은 국무총리를 검증할 수 있는 순기능의 장이 되길 바라는 점에선 여느 국민과 다르지 않으리라.


태극소녀군단의 활약으로 최덕주 감독의 ‘아버지 리더십’이 뜨고 있다.

그 어느 곳보다 ‘아버지 리더십’이 제일 필요한 곳은 아마도 정치현장이 아닐까...

부동산 거품, 날로 잔혹해져가는 범죄 등 오늘도 우울한 소식 일색인 뉴스를 보며 문득 해 본 생각이다.

(2010. 9. 2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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