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4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風樹之嘆, 대통령의 눈물

風樹之嘆, 대통령의 눈물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대통령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봤다.

성공해서 새 옷을 사드리겠다고 한 어머니가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회한의 눈물이었다. 대통령은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어머니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리게 된다며 울먹이셨다.

명절을 맞아 風樹之嘆의 비통함을 토로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으로 눈물을 흘렸을 것 같다.

나 역시 추석을 이틀 앞두고 나눈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를 떠올렸다.

전화를 거신 아버지께서는 머뭇머뭇하셨다.

평상 시 아버지를 생각한다면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걱정이 되어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묻자 그 때서야 아버지께서 밝히신 용건은 “밥이나 함께 먹을까 해서....“였다.

사전 약속된 가족 모임일은 추석 전날과 당일이었다. 가족들 대부분 스케쥴과 싸우고 있는 형편을 감안한다면 추석 전전날 아버지의 ‘번개’ 제안은 아무래도 여의치 않았다.

죄송한 마음에 이번에는 내 쪽에서 머뭇거리는 상황이 됐다.

“그럼 내일 만나지 뭐... ”

정황을 감지하신 아버지의 정리로 이야기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을 통해 감지된 아버지의 외로움이 속울음으로 남아 지금 내 가슴을 적시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부쩍 약해지신 아버지의 모습에 마음이 쓰이던 차였다.

세월을 한꺼번에 맞이해 버리기라도 한 듯 힘이 들어 보이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교육자로, 정치인으로 일평생을 바쁘게 살아오신 아버지시다.

자식들 생일이나 졸업식 행사에 늘 ‘부재중’이셨지만 우리들에게 언제나 당당하셨다. 아마도 넉넉한 그루터기가 되어 가족 보호의 책무를 다하셨다는 가장으로서의 자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가장 믿을만한 버팀목이셨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투박하고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가 아니다.

언제 이렇게 늙어버리셨나 싶게 야단을 쳐도 옛날처럼 힘이 들어간 목소리가 아니고 걸음걸이도 많이 변하셨다.

무뚝뚝했지만 선 굵은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대통령의 눈물에서 철들어 부모 사랑을 깨닫게 되었을 때 부모가 안 계시는 것처럼 서럽고 허망한 일이 없음을 알고 난 이후의 회한을 보게된다.

孝를 백가지 선한 일의 근본으로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선인들의 자취를 새삼스레 돌아보면서 효의 의미도 되새겨 본다. 효도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린다지만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모체가 자식들의 행복임을 감안한다면 결국 효도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겠다.

노인 세대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건 외로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곁에 계실 때 부모 공경, 특히 부모님의 외로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는 명절 아침이다.

가족들이 모여 도란도란 얼굴을 마주보고 조상들의 공덕과 부모 공경의 마음을 새기던 이 놀라운 전통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한가위 연휴 지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10.9.2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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