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5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도박, 그 치명적 유혹

도박, 그 치명적 유혹



요즘 들어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한 관련 단어를 꼽자면 단연 ‘도박’이다.

각 매스컴이 앞 다퉈 중계하는 ‘신정환 도박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도박을 주제로 저마다의 ‘주관’을 쏟아내기 바쁘다. 대부분 도박의 폐해를 지적하는 의견들이지만 간혹 어차피 인생사 자체가 도박인데 각박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완충제 역할을 들어 도박예찬론이 펼쳐지기도 한다.

내게도 ‘도박’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

처음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15대 총선 당시 ‘사람이 살아가면서 조심해야 할 ‘3마’가 있는데 경마(도박), 약마(마약이나 술) 그리고 출마‘라는 출마의 변으로 좌중을 웃겼던 기억이 난다. (그 덕분이었는지 무난히 국회 입성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기억도 잘 안나는 오래 전, 친구들과 라스베가스에 간 적이 있다. 그리고 호기심에 부풀어 저마다 100불씩 손에 들고 씨저스 팔레스니 엠지엠이니 하는 곳을 찾은 경험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아쉬워하면서도 그 정도의 수업료로 큰 경험을 해 봤다며 득의양양하던 모습들이 추억의 한 파편으로 남아있다.



과유불급.

욕심이 늘 문제다.

욕심에 대한 경계를 허물지 말아야 하는데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 간단치 않은 것이다. 도박 중독이 인간의 기본적 양식을 마비시켜버릴 정도로 무서운 독성을 발휘하는 현장을 눈으로 보게 되니 하는 말이다.

실제로 도박 중독으로 기본적인 상식선이 교란되면서 치명적 병폐가 초래된다는 사실을 이번 신정환 경우에서 절감할 수 있었다. 전도양양한 자신의 앞날을 송두리째 수렁에 처박고도 여전히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그의 ‘비참한 말로’가 참으로 안타깝다.

평상시 나는 모험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당할 수 있는 테두리까지를 내가 즐기는 모험의 임계점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나 주변 환경요인 등에 대한 마지노선을 잊지 않고 나름의 철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진정한 의미의 모험이라고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안전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일종의 노하우로 내게 입력되어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종종 사회적 물의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도박도 불명예를 벗으려면 ‘내 방식’논리가 적용되면 어떨까 싶다.

도박 뿐 아니라 사소한 오락게임조차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나 재화 규모에 대해 일정한 한계를 정해놓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삶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수치심을 잃지 않을 정도의 멤버 구성도 중요하다. 그 정도면 최소한 욕심을 절제하지 못해서 낭패를 보는 불상사는 일어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따라서 좀 더 근본적인 정부차원의 항구적인 대응책이 당연히 있어야 하겠다.



필리핀, 홍콩, 마카오 심지어 라스베거스까지 도박 한국인들에게 접수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의 비뚤어진 과시욕 때문에 대다수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도매값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이들의 원정 도박을 차단할 수 있는 묘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왕에 강원랜드가 있기는 하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채찍과 당근을 병행해서 순화된 형태의 국민도박장을 고려해보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라스베거스처럼 쇼도 볼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센터로 국민들이 건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당‘을 조성해서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되게끔 관광 차원에서라도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정부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대체 오락의 보급이나 그린벨트를 이용한 휴양 시설 등의 확대 설치도 도박 중독의 확산을 막는 대응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성인 100명 중 1명은 도박중독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매년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누구도 도박중독과의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도박중독은 마약중독이나 알콜 중독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지병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어야겠다. 실제로 도박장에서 돈을 따기를 기대하는 사람의 뇌는 마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뇌와 동일한 반응을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자가진단을 통해 중독 정도를 체크하는 시스템이나 기능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보호나 수용 시설을 활용한 치료 등 정부가 더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도박중독이 치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범죄시하거나 고립시키는 것은 도박중독자의 갱생을 막는 치명타일 뿐이다.

도박으로 인생을 망치고 해외에서 부랑하고 있는 ‘낭인’들도 어차피 우리 국민이다.

그들을 포기하지 말자.

국가 차원에서 현지에서 법적 문제나 조직깡패 등에 의해 억류된 사례를 찾아내 인터폴 공조 등을 통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관심을 보이길 바란다.



그런 맥락으로 신정환에 대해서도 재고의 여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예인의 생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 신정환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2010. 9. 1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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