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30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서진의 역사를 다시 쓰자

서진의 역사를 다시 쓰자


우리를 포함한 일본, 중국은 서로 인접해 있으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얽고 있는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들 때문에 ‘멀고도 가까운’ 관계 속에서 서로를 향한 반목과 질시에 지배되고 있다. 그래서 툭하면 서로를 향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이는 아주 묘한 관계로 설정돼 있는 나라들이다. 특히 자국의 자존심이 문제다. 이로 인해 역사적 사안 마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하기 일쑤다.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반목과 갈등의 연속선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다. 합리적인 규칙에 근거하기보다 호전적 자기과시를 앞세운 억지쓰기가 동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전인수 격인 해석이 역사왜곡으로 이어져 서로의 국격을 깎아내리며 상처를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각국이 저마다의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동북공정이나 임나일본부설, 독도문제 등이 상호불신의 예가 되겠다.





대한민국이 남아공 월드컵 8강 진출에 좌절했을 때만 해도 상대국 우루과이 못지않게, 반기고 안도한 나라가 중국과 일본이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이들이 자국의 몇 몇 유명사이트를 통해 우리의 불운을 통쾌해하는 게시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월드컵에 나가보지도 못한 중국이나 아시아에서 우리를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는 일본의 시샘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네티즌들이 그런 걸 가지고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주를 이루는 네티즌들이 그 나라의 여론을 형성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그들의 무례함이 주는 불쾌감보다 걱정이 앞섰다. 이런 감성적 대응이 21세기 아시아의 미래에 어떤 식으로 작용될까를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합리적인 서구의 사고방식은 뒤늦게 출발한 서양이 문명에 앞선 동양을 제칠 수 있게 한 결정적 승부 요인이다. 반면 동양으로선 일찍 우위를 점해놓고도 밀려나는 수모를 겪게한 치명적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영국의 경우를 보자. 호주의 식민지 시대를 개척한 당사자는 감옥 부족과 노동력을 이유로 보내진 영국의 죄수들이었다. 미국은 영국사회의 부적응자였던 청교도들이 개척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영연방을 구성해서 한 가족임을 과시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깊은 연고에도 불구하고 적대적으로 대하는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정서와는 너무 달라서 부럽기까지 하다. 어떻게 보면 한국과 일본, 중국 사이의 관계는 물론 아시아권 국가들에게도 더 통용될 수 있는 덧셈의 정치인데도 동양권에서는 선뜻 덤비기 힘든 정서라는 게 문제다.


남양 홍씨‘인 나의 가계만 해도 중국 당나라 시대 안휘성을 본으로 정리하고 있지만(고려 초기에 당나라의 문화 사절로 입국했다가 귀화하여 삼중대광태사(三重大匡太師)가 된 홍은열(洪殷悅)님이 시조) 그 이전 본은 몽고였고 원뿌리까지 거슬러 가면 아프리카가 본이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이런 식으로 따지자면 서로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형태의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메이지시대 계몽사상가이며 자유민권운동가, 게이요 대학 설립자인 후쿠자와 유기찌는 일찍이 서양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권의 단결을 주장했는데 일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약간의 불순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왕이면 동양적 이념을 하나로 묶어 아시아가 세계 역사를 견인하는 시너지의 단초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꿈보다 해몽이 앞서는 격인지 몰라도 이왕이면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범아시아적 결실을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차원에서 역사학자 토인비는 문명권이 서쪽으로 이동해간다는 ‘문명서천설(文明西遷說)’은 매우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중국·일본이 주축이 된 동양 문화권을 기준으로 할 때 미국문명권이 동양으로 서천하며 환태평양 문명권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면 기회적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서진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싶다.


한중일 삼국이 협조와 세력균형을 통해 동아시아 블록을 만들어 공존과 평화, 경제적 분업을 이끌어가도록 노력해봄직 하다는 생각이다.


결국 대한민국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관련된 일을 위해 단결하듯 아시아 일은 아시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지혜를 모을 때 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의미없는 우리끼리의 싸움이나 삿대질은 그만두어야 한다.


우리가 먼저, 일본을 위해 그리고 중국을 위해 박수를 쳐주고 격려해주자. 위로도 해주자.


그리고 말해주자. 이번엔 비록 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다음 번 월드컵에서는 모두 힘을 키워서 8강에도 가고 4강, 결승에도 함께 가자고 말해주자.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샘내지 말고 힘을 합해 환태평양 문명의 결실을 함께 거두어 들이자고 독려해 보자. 그렇게 함께 , 희망으로 서진의 역사를 다시 써 보자.


참으로 멋진 일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다.

아, 그렇다고 끼리끼리의 문화를 조장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2010.6.3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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