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3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자,이제는 8강이다

자,이제는 8강이다




태극전사 파이팅이다.

우리의 태극전사가 드디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밤부터 손에 땀을 쥐면서 새벽을 밝혔던 고단함이 일시에 해소될 정도로 기쁜 소식이다.

특히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박주영의 눈부신 활약은 기대이상이었다. 16강의 드라마가 박주영의 발끝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같은 그의 오른발 프리킥 골이 나이지리아 골문을 가를 때 흥분 때문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박주영은 역시 자신을 믿어주고 기다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결정적인 보은의 역전골로 대한민국을 16강 대열에 밀어올리는 수훈을 세운 것이다.



관용은 모두에게 감동과 기쁨의 보고가 된다는 사실을 역사의 흔적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춘추 시대 초나라 장왕이 신하들과 잔치를 벌였다. 잔치 중에 촛불이 꺼져 잠시 암흑세계가 되었는데 한 신하가 왕의 애첩에 입을 맞추는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다. 깜짝 놀란 애첩은 자신에게 무례를 범한 자의 갓끈을 잡아떼 왕에게 내밀며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왕은 의외의 방향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연회장에 불을 켜기 전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갓끈을 떼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실수한 신하를 용서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 초나라가 진 나라의 공격을 받아 매우 위급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데 위기에 처한 왕을 구해주는 한 신하가 있었다. 장왕의 애첩을 희롱했던 바로 그 신하였다. 그는 장왕의 너그러움에 감동되어 어느 때고 보은하겠다는 마음으로 따로 용병을 기르고 있다가 왕이 위기에 처하자 달려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두리, 김남일을 탓해선 안된다.

나 역시 한참 경기가 진행 중일 때는 순간적으로 울컥했는데 그동안 우리를 기쁘게 하던 그들의 활약을 떠올리니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김남일 선수의 부인인 김보민 아나운서 개인 홈피에 악플들이 등장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지 말자. 이미 상처입은 그들을 몰아부칠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직무에 태만했던 게 아니고 악착같이 혼신의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다가 실수를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박주영에게 그랬던 것처럼 차두리, 김남일을 구박하지 말자. 그들도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최정상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응원해주자.



한번 실수하면 영구히 매장하기보다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여 웅지를 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회적 풍토가 아쉽다.

선수 양성이 다른 게 아니다.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 위에 자신은 물론 자기가 속해있는 팀이나 국가를 위한 새로운 드라마를 쓸 수 있도록 지켜봐 줄 수 있는 아량과 인내가 최고의 트레이닝 코치다.

선수로 하여금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팬의 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성숙한 팬 문화의 정착이 더 없이 필요한 시점이다. 16강으로 진출한 선수들 기량 못지않게 팬 수준도 그만큼 끌어올리자. 우리 몫이다.



자, 이제는 8강이다.
(2010. 6. 2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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