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8일 월요일

홍문종생각- 자주냐 안보냐

자주냐 안보냐



오는 2012년 4월 17일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이 한미 정상의 합의로 2015년 12월 1일로 연기됐다는 소식이다. 이번 정상간 합의는 전작권 이양 시기를 늦춰달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식 요청을 오바마 대통령이 수용하는 식으로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벌집을 쑤신 것처럼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이번 합의로 안보불안이 해소됐다며 반기는 정부여당이나 보수 진영의 환영 입장과 달리 야당이나 진보 진영은 군사주권 포기, 밀실 외교라며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측에서 주장하는 대로 전작권 환수 연기로 얻어지는 효과, 즉 미군의 전쟁 억지력으로 인한 불안해소, 경제적 실익 등 다 인정할 수 있다. 그 우국충정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자존의식과 직결된 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해 국민적 협의 과정을 생략하고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국회동의를 구하는 당연한 절차까지도 무시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한 측면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그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전작권 환수 연기를 위한 대통령의 노력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깜짝쇼’로 평가절하 되는 건 어떤 면에서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툭하면 국가 정책이 갖가지 의혹에 발목을 잡히게 되는 것도 잦은 번복과 신중하지 못한 정부 대응이 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우선 당장 양국 국방부 장관 합의로도 충분했을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는 바람에 우리 측 출혈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국방장관도 (전작권 이양문제를) 없었던 것으로 하기 위해서 우리가 상당히 많은 것을 내놓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며 전환권 전환시기 조정에 따른 (우리 측의)대가 지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이 불가피 할 것이란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외에도 방위비 추가 분담, 평택기지 이전비의 추가부담, 아프간 파병 확대 가능성 역시 전작권 환수 연기에 따른 대가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안들이다.



정책의 신뢰성 확보는 국론분열을 막고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를 이끌어내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더 없이 중요하다. 이번 양 정상 간 합의 과정만 해도 국민과 야당 등에 세세히 공개하고 설명해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설득력 있는 구체적 설명으로 믿음을 주어야 의혹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주 국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노예근성이니 뭐니 격한 말로 대립각을 세울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풀어나갈 문제임을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와 여당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권국으로서 전작권 독립을 요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권리행사다. 이를 매도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건 절대로 적절하지 않다. 분열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설사 국민에게 돌팔매질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옳은 건 옳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의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민 입맛에 맞추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포플리즘식 접근 방식은 근절돼야 한다. 전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솔직히 고백할 게 있으면 고백하고 동의를 구해야할 일이 있으면 동의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안함 사건만 해도 일시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봤는지 모르지만 정치적으로 미숙하게 접근하는 바람에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말았다.

바야흐로 설득과 쌍방향 소통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나와 다른 생각은 무조건 배척하고 적대시 할 대상으로 구분하는 관성은 여전하니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포용하자. 그것이 이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자. 그리고 또 한 가지,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정의는 늘 국가 간 신의보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 기준으로 작용된다는 사실 역시 잊어서는 안되겠다.

어쨌거나 전작권 문제가 사대강, 세종시에 이은 또 다른 국론 분란의 불씨가 되어 시대적 불행을 키우는 사태로 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수상하고 불행한 이 시절을 국민 저력을 모아 슬기롭게 지나도록 하자.
(2010. 6. 2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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