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7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준비하자

준비하자

우루과이전에서의 석패로 월드컵 8강 진입의 꿈이 좌절됐다.

심판이 좀 더 중립적이었으면, 박주영의 첫 골이 성공했다면, 이동국의 발길질이 좀 더 정교했더라면 하는 미련은 남지만 장대비 속에서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것만으로도 우리 선수들은 대단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최선이 녹아든 경기였기에 더 큰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는 한 판 승부였다고 생각한다.

욕심이 커져서 그렇지 해외 원정 사상 첫 16강 실적도 우리에게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아쉽지만 다음 4년 후의 승리를 기약할 수 있는 희망의 저력을 확인한 셈이다.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덕분에 생소한 국가이름이나 발음하기도 어려운 외국 축구선수들 이름을 입에 올릴 기회를 접하고 있다. 특히 대진표가 나오면 경기를 치를 상대국은 물론 감독, 선수들에 대한 기량이나 신상, 심지어 개인적인 습관이나 가족관계까지 분석해 가며 정보 입수를 위해 공을 들이는데 그 노력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토록 상대방 파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상대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승리의 기본적 요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우리 뿐 아니라 지구촌 모든 국가가 월드컵 승리를 목표로 몇 년간에 걸쳐 피나는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현장은 대단하다. 실제로 손자는 그 병법서를 통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고)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적을 모르되 나를 충분히 알면 승부의 기회가 각각 반반씩이다)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태( 상대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움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 라는 가르침을 남긴 바 있다.



축구경기 하나를 위해서도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그토록 온갖 것을 동원하는데 국가의 명운에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는 너무 안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멀고도 가깝다는 존재감 외에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인 게 사실이다. (가끔씩 북한 내 민감한 사건에 대해 대형 오보로 호들갑을 떨기 일쑤인 언론 보도만 봐도 그런 생각이 든다)

북한은 월드컵 축구에 견준다면 최고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상대다. 거기다 까다롭기까지 하다. 특히 민족의 대명제인 통일 과정에서 협상 파트너가 된다는 측면에서 더할 나위없이 중요한 존재다.

월드컵 축구는 그토록 섬세하게 준비할 수 있는 우리인데 정작 국가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필수 노정이 될 북한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한 준비로 임하고 있다면 문제 삼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그대로 말하자면 심각하다.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하고 너무 무지한 상태인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축구에서도 지나치게 잦은 감독이나 코치의 경질은 전략의 일관성 측면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 우왕좌왕하면서 어려움을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

지금 우리의 통일정책의 기저가 겪고 있는 혼란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뿐 아니라 북한 까지도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 같아 그 어려움의 깊이를 헤아릴 길이 없다. 그야말로 축구를 하려는 건지 농구를 하려는 건지 감조차 못 잡는 형국인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고위층 인사가 사석에서 “한국 정부가 내용이야 어떻게 됐든 정책의 일관성을 가지고 밀어붙여야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며 국제사회 공조의 빌미를 끌어낼 수 있는데 도대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남한 당국 때문에 우린 더 죽을 맛”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어제는 60주기를 맞는 6.25 기념행사로 분주하게 보내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나치게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을 대변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기념사가 주는 당혹감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고마운 우방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전작권 문제등을 처리 하는 것을 보면 사대주의의 망령이 활개를 치며 대한민국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기우이길 바라면서도 자칫하면 우리의 통일 전략에 큰 사단이 날 수도 있다는 조바심에 이 글을 쓴다.

전체 국민의 참여는 아니더라도 다수 국민의 합의가 담긴 통일정책이 한시라도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모든 국민이 한 목소리로 지지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을 수립해서 정권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추동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치권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차원의 절대적 통일동력을 만들자는 말이다.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더해진다면 통일 추진체의 첫 단계를 건설하게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자주 독립국임을 잊지 말자.
(2010 .6. 2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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