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3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불상사 보다 기회로

불상사 보다 기회로




거울을 바라보니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엊저녁 모처럼 자전거를 탔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여기저기 상흔을 남긴 내 모습 때문이다.

이런 저런 스케쥴에 밀려 한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내게 있어 자전거는 거의 신체의 일부처럼 생각될 만큼 익숙한 존재였다. 그런 만큼 솔직히 자전거를 타다 넘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고의 발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에 올라 학교운동장을 돌다가 급기야 무작정 시내로 진출한 무모함이 화근이었다. 당연히 챙겼어야 할 헬멧이나 장갑 등의 보호장구를 외면한 것도 근거없는 자신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도로가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오랜만에 달리는 재미에 빠져 있을 때만 해도 마냥 상쾌한 기분이었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자신의 실력에 도취돼 도로까지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한적한 길을 찾아 강릉 수목원 방면으로 접어든 이후 10분이 채 안돼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자동차들이 질주하던 도로가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불러온 방심의 파장 때문이었다.

쌩쌩거리며 잘도 달리던 자전거가 노면 한 귀퉁이에 파인 웅덩이를 피하지 못하고 균형을 잃으면서 나는 순식간에 길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바지는 찢어지고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다리와 손까지 찰과상을 입은 것은 물론 잠시였지만 정신까지 아득해지는 난감한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번 해프닝으로 얻은 게 많다. 특히 몇 가지 사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건 분명 소득이었다.

그 중 내 버킷리스트 1순위의 로망이라고 할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을 이제 그만 접어야겠다고 스스로 결심하게 된 것은 파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오토바이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포기되지 않는 나의 오랜 꿈이었다. 그동안 ‘할리데이비슨' 전시장을 들락거리며 은밀한 스킨십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 내 삶의 즐거움 하나가 시원섭섭함을 남기며 사라지긴 했지만 더 이상 돌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어떤 일이든 지나친 과신은 해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공고히 체득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잘 안다고 해서 지나치게 방심하는 것 역시 오만함이다. 정제되지 않는 자부심 역시 낭패를 초래함에 있어 오만함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의 선전으로 끝난 선거 결과도 (자전거 사고 때와) 비슷한 상념에 빠지게 한다.

국민은 역시 준엄했다. 이번 선거로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 오만함을 보인 정부여당의 과속질주를 확실하게 심판했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투표율로 그동안 묵묵히 지켜보던 눈길을 거두고 한방의 강펀치로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민의를 외면한 독주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정부 여당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국정운영의 새로운 방향설정 등으로 환골탈태 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야당 역시 여당의 참패를 그저 남의 일로 흘릴 게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정당한 평가를 받으려면 말로만 국민의 공복을 외치기 보다 실천의 결과물을 반드시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불상사라고 포기하기 보다 새로운 기회 창출의 가능성으로 접근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큰 수를 알려준 자전거 사고나 비록 쓴 맛이었지만 훗날을 위한 밑거름이 될 선거 결과는 나쁘지 않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감사함으로 받아들여야 할 좋은 기회였다.



실패는 병가지상사라며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던 선인의 지혜가 새삼스러워진다.
(2010. 6. 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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