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일 수요일

홍문종생각-꼴찌에게 갈채를!!

꼴찌에게 갈채를!!

떨어지는데 나처럼 이골이 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 경험으로 쌓아올린 내공으로 치자면 나를 능가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낙방에 있어 가히 지존(?)의 경지에 올랐다 할 수 있겠다.
몇 번이나 옮겨 다닌 초등학교 때부터 낙방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막 붐이 일던 사립학교 입학을 위한 추첨에서 실패한 것이다. 중학교 시험에서도 낙방(당시 명문인 K중학을 가겠다고 하니까 엄마를 모셔오라던 담임선생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했다, 이를 필두로 학창 시절 다수의 반장, 회장 선거, 하버드 학생회장 선거(스탠포드 학생회장 선거에서는 성공했다), 박사학위 논문,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떨어진 무수한 낙방경험이 나의 이력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그런만큼 낙방의 아픔이 얼마나 치명적인 스트레스로 되돌려지는지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사학위에 실패했을 때는 하버드 대학 기숙사 앞을 흐르는 찰스 강에 빠져 죽고 싶었다. 국회의원 낙선 때는 이렇게 열심히 직무에 최선을 다한( 초선의원 당시 4시간 이상을 잔 적이 없다) 나를 외면한 국민들이 너무 야속해서 마침 외국대학에서 온 초청장을 들고 이참에 진로를 변경해 버릴까 고민할 정도로 우울에 빠져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그 때마다 실의에서 벗어나도록 나를 독려했던 건 내 이웃의 삶이었다. 그들의 고통과 좌절에 비하면 내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과 내 힘으로 그 상처를 아물게 해서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소명의식이 나를 자극했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줬다.

오늘은 내 지역을 위해 일해 줄 선량을 뽑는 투표일이다.
오늘 중으로 선거 결과가 나오면 그동안 오늘을 위해 사력을 다해 달려온 사람들이 당선과 낙선의 엇갈린 희비 속에 서게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당선의 기쁨을 누리게 될 사람보다 오늘 이후 자신의 인생 이력에 낙선 기록을 추가해야 할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분명 세상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당선자들을 향해 몰리겠지만 나는 낙선한 분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 그들의 미래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었다. 오늘의 쓸쓸한 귀가 길이 머지않아 화려한 재기의 레드카핏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그것이 뜬금없이 내 낙선이력을 장황하게 펼쳐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고통’이야말로 인간의 완성된 삶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아미노산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뜨거운 태양 빛이 과육의 달콤함을 빚어내는 천혜의 요소인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가치는 쓰러지고 고통받는 과정을 거친 이후 그 진정한 의미를 더하게 되는 것 같다. 나름대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사람들의 고백이나 옆에서 지켜본 실제상황을 통해 확인된 바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등보다는 꼴찌에게 관심을 갖는 사회가 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분야는 역시 정치무대다.
실제로 칠전팔기의 성공신화를 쓴 정치인들이 부지기수다.
링컨은 셀 수 없을 정도의 낙선을 기록한 정치인이었고 처질 역시 정치생명을 끝내야 할 정도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시로 당적을 옮기는 등 지난한 역경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그러나 역사가 그들을 ‘성공한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수없는 좌절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의 목표를 이뤄낸 ‘결과’에 주목한 때문일 것이다. 결국 실패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실패한 이후 어떻게 자기 자신을 추스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내 경우만 해도 지금 이 순간 남다른 정치적 굴곡으로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지만 가슴에 품은 꿈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 많은 좌절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박사학위도 따냈고 재선 국회의원 경력도 얻어낼 수 있었듯 종국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지난 시간의 실패가 내게 남겨준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낙선자 여러분.
오늘 설사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해도 이것이 인생의 종지부가 아닌만큼 결코 실망하지 마시라.
여러분의 낙선은 분명 더 큰 출발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가슴에 신념을 잃지 않는 한 그 어떤 마지막도 존재하지 않는다.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틀림없이 지금보다 더 좋은 인생의 기회가 주어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좌절을 딛고 일어설 때 주변인의 조력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로 감당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라는 사실 을 기억하길 바란다.
절대로 기죽지 마시라.
여러분 인생에 기필코, 반드시 새로운 세상이 전개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 그것이 자연의 필연 법칙이다. 여러분도 이 낙방거사의 충언을 귀담아 듣고 그 때를 위해 자중자애 하길 바란다.

꼴찌에게 갈채를 보낸다.
(2010. 6.2)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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