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0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나로호에서 길을 찾다

나로호에서 길을 찾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2차 발사가 실패로 끝났다.

지난 해 1차 발사 실패에 이은 두 번째 좌절이다.

나로호의 성공이 대한민국을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지라 국민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 같다.

나로호의 성공을 가로막는 기술적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이번 실패에서 실질적으로 우리가 반성할 부분은 무엇인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정말로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다가 초래하게 된 실패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본의 교육학자들은 학생들에게 인간의 기본적 도리와 공중도덕을 가르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으로 폐허가 된 일본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렸다고 자랑한다.

세계 속의 강국으로 부상하려면 기본적인 공부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수학이니 물리니 기초학문 분야에 비해 돈이 되는 의학이나 전자공학에 치우쳐 있는 우리의 학문 환경이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이대로 간과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있다. 학창시절을 어떤 식으로 보냈건 좋은 대학에 가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 달성만 하면 된다는 왜곡된 가치관으로 진화하는 바람에 남의 업적이나 성공을 가로채 수천억짜리 기술을 단독 몇 십억에 팔고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강심장들이라니.

조금 지난 얘기긴 하지만 노벨상 커뮤니티에서 한국은 다른 사람의 기술을 모방하는 데는 비상한 재주가 있지만 독창적이거나 창의적 창조 능력은 부족한 편이어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어렵다고 했다는 소리 역시 우리 교육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홍콩의 가전제품 매장에서 중국제품이 삼성이나 엘지 못지않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의외의 장면을 목격했다. 어찌된 일이냐고 화교인 주인에게 물었더니 중국은 한국에서 못하고 있는 우주선도 쏘아올리고 원자폭탄도 있는 나라라고 오히려 나를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은 이미 수많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2008년에는 중국과 인도가 각각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 유영에 성공했거나 달 궤도선을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세계적인 IT강국이고 자동차 건설 등의 기술이 세계 탑클래스에 속한다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실질적 현실의 일단을 경험한 사건이 뼈 아픈 현실인식으로 다가왔다.

그나마 자체 기술도 아니고 러시아의 감수와 지도를 받아가며 만든 나로호다. 나로호 나로호를 연호하던 국민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날아오르지 못한 미완의 도전이 과학적으로 우리보다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 웃음거리로 전락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나로호 실패가 완벽하고 끈기있는 철저함과 기본을 중시하는 가치들이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정신이 될 수 있도록 그 중요성을 다시한번 되짚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말 사소하게 생각하고 간과했던 일들 때문에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큰 결과로 되돌아오는지에 대해 깊은 성찰도 반드시 필요하다. 과학 뿐 아니라 도덕이든 사회정책이든 그 어떤 분야에서도 더 이상 주먹구구식, 전시행정식, 단기이익 창출식의 접근법은 지양되도록 해야겠다. 대한민국의 21세기 도약을 위해서라도 필히 정착시켜야 할 사회적 약속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자, 다시 힘을 내어 길 잃은 나로호에서 다시 길을 찾아 나서자.
(2010 .6.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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