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1일 월요일

양천경찰서, 그리고 이효리

양천경찰서, 그리고 이효리



같은 시기에 터진 두 사건이 비슷한 양상으로 내 시선을 끌고 있다.

양천경찰서 피의자 고문의혹과 이효리의 신작앨범 표절사건이 그것이다.

절제되지 않은 명예욕과 ‘과유불급’으로 ‘패가망신’을 자초한 상황이 연일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다.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결과에 조급증을 보이던 욕구가 불러온 치명적인 부작용이랄까.

알고 보니 양천경찰서 강력계는 전국 1위의 실적을 자랑하는 베테랑 팀이었다. 이번 사건은 어떻게 해서든 명성과 실적을 유지하려는 의욕과잉이 화근이 된 것 같다.

14개의 수록곡 중 6곡이 표절로 밝혀진 가수 이효리의 신곡앨범 역시 남의 곡을 훔쳐서라도 인정받고 싶었던 작곡가의 탐욕에 '정상'에 갈급한 여가수의 초조함이 허를 찔린 결과에 다름 아니었다.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신중하고 세심한 검증 절차를 외면하는 바람에 멀쩡한 남의 노래를 신곡이라고 발표하는 '촌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실적 좋은 양천경찰서 강력계와 최고 인기를 누리는 가수 이효리가 나름 선두를 지키고자 기울인 노력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 정도의 노력 없이 거저 얻어지는 진전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왕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부풀다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될 공산이 커지고 그 결과 지금의 양천서나 이효리 같은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 경우, 블로그 하나만 가지고도 방문객 숫자에 민감해 하면서 조금이라도 방문수가 저조해진다 싶으면 제목을 자극적으로 바꿔야 하나, 주제를 좀 더 현란하게 설정해야 하나 하면서 고민할 때가 적지 않은 것만 봐도 욕망의 절제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알 것 같다.




특히 사회적 물의에도 불구하고 사건 당사자들의 도덕 불감증세는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해지기 까지 한다.

현재 양천서 사건 관련자들은 명확한 증언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석연치 않은 CC - TV 오작동 시기도 관련자들에 대한 의혹을 증가시키지만 물증이 없단다.

이효리의 음반 역시 표절 확인 과정에서 너무나 뻔뻔했던 표절 당사자의 반응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그는 표절 논란이 제기되자 ‘사전에 유출된 음원’이라며 끝까지 자신의 곡이라고 우겨 주위를 속였다. 자신의 거짓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서류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반성의 여지가 없는 모습이었다.



유학시절, MIT 교수 한 분은 사소한 표절행위로 지탄을 받자 자살을 해버렸다.(자살행위를 미화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미국의 심리학회 회장인 한 하버드대학 교수 역시 20년 전 표절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학계에서 영원히 제명되는 불명예를 감당해야 했다. 그런 식으로 철저히 당사자의 책임을 묻는 미국사회의 ‘원칙적인 처리’를 지켜봐서인지 신상필벌에 예민해지는 것 같다.

인권을 유린하면서까지 일등'을 했어야 할까? 표절을 해서라도 차트 순위의 일위를 지키는 게 능력으로 평가되는 우리의 현실이 무섭고 서글퍼진다. 언제부터인지 정치인은 당선만 되면 된다는 생각, 경제인은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 공무원은 실적만 올리면 된다는 생각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만연돼 있다.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죽은 사회다.

이제 우리 사회도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정의를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잘못했다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일벌백계로 다스려져지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정부 당국부터 문제다. 대학 간의 취업률 경쟁만 해도 관계당국이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각 학교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별 별 이상한 짓을 다한다는 소문은 여전히 대학가를 맴돌고 있다.

이제는 자유로워질 때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같은 시행착오로 뱅뱅 돌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결과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고 단기적 성공보다는 오래 오래 기억되는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 연속과정을 잘 견뎌내고 승리하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 삶에서 과유불급의 절제를 보여주는 '계영배의 가르침'이 금과옥조로 받들어져야 할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됐는지 궁금하다.
(2010. 6. 21)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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