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9일 토요일

홍문종생각-운수 좋은 날

운수 좋은 날


하루를 보내고 돌아보니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집무실에서 베드민턴 연합회 임원들과의 환담을 시작으로 과천 정부종합청사, 여의도 국회, 국립대학교, 강남 한정식집, 호텔 커피숍, 강북 일식집의 저녁식사에 이르기까지 서울 전역을 숨 가쁘게 누비고 다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말 그대로 번개 불에 콩 구어 먹듯 기민한 기동력 덕을 톡톡히 본 일과였다.

점심을 약속한 상대는 주차타워에 문제가 생겼다며 30여분을 대로에서 기다리게 했다.

(평범한 국산 메이커를 찾기 힘든 강남의 차량행렬 구경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지레짐작해서 정리해보는 나만의 게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인지) 늦어서 미안해하는 상대에게 ‘땡볕에서 기다렸다는 생각보다 무사히 나타나 주었다는 기쁨 때문에 얼굴만 봐도 즐겁다’고 말하는 여유를 보일 수 있었다. (설마 이 말이 다음 번에 또 늦어도 된다는 소리로 들리는 건 아니겠지?...홍문종 속 생각)



정부청사에서 만난 사람이나 국회에서 만난 사람이나 대학 교정에서 만난 사람이나 오늘 만난 면면이 최소한의 신뢰가 서로 깔려있는 사이라고 생각하니 대화 자체도 즐겁고 내용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눈 사람도 국가와 서로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같이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세분화된 일정의 순환 속에서 각각의 만남들마다 의미있는 시간을 기대하기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인데 오늘은 확실히 달랐다. 각 일정을 충실한 대화와 만족할만한 결과로 이어갈 수 있었다는 포만감이 하루를 마감하는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만나야 할 상대를 임의대로 정할 수 없는 우리 같은 처지에게는 이런 종류의 만족감이 유난히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결재하는 과정에 불거진 문제로 목청을 높여야 했던 아침만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인지 마치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인간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속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이나 결과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처럼 그런 대로 잘 진행된 하루를 마감하면서 나름의 행복감을 느끼는 일조차 평범하지 않은 행운에 속하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



빽빽한 스케쥴이 일상화 되어 있는 나로서는 만남 자체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님에도 굳이 블로그에 오늘의 기억을 전하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다.

만남이 인생의 노정에서 피할 수 없는 명제이고 보면 어렵고 힘든 만남일수록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만남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열릴 수도 있고 닫힐 수도 있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떠올리게 된 생각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뒤숭숭해져가는 대북 관계가 걱정스러운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피할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북한과의 만남은 우리 민족에게 부여된 숙명적인 숙제다. 앞으로 얼마만큼의 세월이 지난 뒤가 될 지 모르지만 후세 사가들로부터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이 어떤 식으로 평가 받게 될지 궁금하다.

북한과의 문제를 풀기 위해 지혜롭게 처신했는지 아니면 서로의 탐욕과 아집 때문에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몽매함을 보였는지 판단기준이 되는 중대기로에 놓여있음을 우리는 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결국 상대에 대한 신뢰와 민족애를 바탕으로 만남을 이어가느냐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해법이 아닐까 싶다. 작금의 강경일변도나 예전의 선심일변도 등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공세는 적절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더군다나 남남 갈등은 본의 아니게 북한의 고도 전략을 돕는 불쏘시개 로 전락하는 전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보다 더 신중한 처신이 요구된다. 그것은 상대 진영의 움직임을 아무 것도 간파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기 패만 홀라당 다 까 보인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건 남북간 관계 설정에 대한 남쪽의 국민적인 합의 도출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뢰성 있는 대응전략이 꾸준하게 유지 노력되는 일도 이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통일이 되어도 북한 주민의 두려움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 만나도 북한 주민들이 솔선에서 손을 내밀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노력하고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남의 행복한 경험을 통해 남북간의 안타까운 관계가 진일보 할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 요행수를 바라는 심정으로 이 글을 썼다.
(2010. 6. 1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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