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8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정치권에 告함

정치권에 告함



선거는 끝났는데 정부 여당의 선거참패 여진은 심각한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당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 저자거리까지 들릴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다. 공천 파행에 따른 후유증도 선거 패배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여기저기서 잘못된 공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는 가 하면 공천을 사유물인양 전횡한 몇 몇 국회의원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도 공정하지도 타당하지도 않은 공천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열띤 분위기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당초 정당 공천권이 도입된 배경은 정당의 공신력을 담보로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다는 좋은 취지였다. 최소한 원래 취지대로 운영됐다면 순기능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날 정당공천의 현실은 오염 그 자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크게 망가졌다. 음모와 협잡에 둘러싸여 무기력을 남발하고 있다. 공천이라는 용어 자체가 무색할 만큼 각종 전횡으로 선거 후유증을 양산하는 주범으로 전락됐다.

밀실에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사천‘이 활개를 치면서 그만큼 퇴행하고 있는 정치현실이 안타깝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 없지만 심지어 대통령이 공천 반장이라는 소문까지 나도는 판이다.



약관의 나이 대에 정치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공천제도에 대한 회의를 품었던 나다. 지구당위원장에 임명되던 취임 연설에서도 ‘내가 윗선에서 점지하는 마지막 위원장이 될 거라며 상향식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겁 없이 쏟아냈던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 정당 구조에 있어서 제일 먼저 공천제도가 손질돼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 정치권에 돌아간다면 제일 먼저 실현하고 싶은 일이다. 세상은 자꾸 변하고 있는데 정치권만 귀를 닫고 있는 이 부조화의 고리를 언젠가는 내 손으로 끊어버리고 말겠다는 각오를 늘 마음 속에 다지고 있다.

모든 후보는 당원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상향식 공천제도의 정착이 정치 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생각이다. 이로 인해 크고 작은 부작용이 불가피하겠지만 정당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제대로 정착된다면 지금의 공천제도보다는 백번 천 번 나은 제도가 될 것이다.

지금의 공천 행태의 대대적인 개선 없이는 누구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정치인이 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선거 때는 물론 4년 전 공천심사위원장직을 맡고 있었을 때도 특수한 전략지역이나 중앙당 관심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경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내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최소한 이번 선거에서 경기 북부로는 파주, 고양, 의정부 경기 남부에서는 수원, 용인, 성남, 하남 등의 실패는 피할 수 있었다는 게 내 판단이다.

단순히 승패를 떠나서라도 상향식 공천은 당원들이 자기 손으로 후보를 결정하고 그 선택에 승복하는 정치 문화에 익숙해진다면 정당의 하부 구조가 단단해져서 정당의 자생력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상명하달에 익숙해 있는 정당의 나쁜 관행들을 척결시킬 수도 있다.

이것은 한나라당 민주당 할 것 없이 모든 정당에 공히 필요한 얘기다. 특히 정당의 하부구조가 약한 한나라당에게는 체질개선의 시작이 중요한 변화의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쏠림 현상도 덜 할 것이고 정국의 안정적인 운영도 가능하게 된다. 정례행사처럼 중간선거만 끝나면 대통령 레임덕이 오고 임기 1년여를 앞두고는 대통령이 당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화장실 갈 때 틀리고 올 때 틀리는 사람 마음에 있는 것 같다.

실제로 공천을 받는 입장이었을 때는 내 견해에 상당수 동의하는 듯 하지만 막상 공천을 주는 위치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생각을 바꾸는 정치인들을 많이 경험했다. 입장이 바뀌면 가치 척도나 개념도 덩달아 바꾸는 게 세상상식이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입맛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치 은급을 주듯 공천장을 하사(?)하는 달콤한 권력행사에 휘둘려 국민으로부터 줄 세우고 주는 공천, 돈 거래로 이뤄지는 공천의 주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는 어쩌려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다.

병 속에 갇혀 허우적 거리는 꼭두각시 인생에서 탈피하려면 반드시 빈 손이 돼야 한다는 것을, 버림으로써 무한대로 얻을 수 있는 게 존재하는 인생의 묘미를 가르쳐 주고 싶다.

우선 당장 움켜쥔 그 손을 활짝 펴고 자유를 얻자.

그 때서야 비로소 진정한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2010 .6.8)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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