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5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월드컵의 꿈

월드컵의 꿈



다시 월드컵이다.

‘대~한 민국! 짝짝짝 짝짝!!’ 대지를 울리는 구호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의 뜨거운 기억을 고스란히 되살려놓는다. 월드컵 사상 첫 4강 진출의 신화를 쓴 태극전사들의 활약으로 그 여름 우리 모두 함께 행복했었다.

대륙을 누비는 우리 태극전사들의 겁 없는 질주, 정말 자랑스럽다.

주눅들지 않는 그들의 당당함이 대한민국 전역에 희망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FIFA 랭킹 13위(우리는 47위)짜리 그리스를 2:0으로 가볍게 접수한 우리다.

그 저력과 기세라면 아르헨티나도 나이지리아도 가뿐히 제치고 우리의 월드컵 역사를 다시 쓸 수 있게 될 것 같은 기대감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우리 축구의 국제적 위상이 커진 것이다.



월드컵 축구에서 우리가 이런 기대감을 갖게 되기까지 그동안 우리 축구가 걸어왔던 역사를 돌아보면 눈물겹다.

1954년 첫 출전한 월드컵 예선전에서는 미군 군용기를 얻어 타고 가느라 개막식도 보지 못했다. 헝가리, 터키를 상대해서 치룬 예선은 각각 9:0. 7:0으로 대패해 월드컵 사상 최다골 허용 기록을 보유하게 된 우리다. 그나마 서독과의 경기는 체류비 때문에 기권했고 그 다음 1958년 월드컵에는 FIFA의 거절로 예선 참가조차 좌절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 후 22년 만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처음 본선에 진출했고 2002년 주최국으로 세계 4위에 오르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축구가 지금에 이르는 동안 보이지 않은 많은 이들의 땀과 열정이 있었을 것이다. 참으로 고단한 그 먼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올 수 있도록 다독이며 뒷받침 해 준 인내와 자원의 손길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 기적 같은 공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축구 하나를 키우는 데도 혹독한 훈련과정을 참아낼 수 있는 승부근성과 역량있는 사령탑, 뛰어난 경기운용 전략, 화수분처럼 소요되는 재화, 끝없는 기다림의 세월 등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사연들이 쌓이는데 하물며 국가 차원의 일들은 오죽하랴 싶은 생각이 든다.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다는 현실을 한국 축구의 노정을 통해 새삼 확인하게 된다.

오늘 날 우리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 써 올린 신화처럼 우리의 국격도 세계무대에서 그렇게 당당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치는 물론 각 분야의 업그레이드 문제부터 선결돼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히딩크 감독처럼 한국사회 어느 곳에도 빚진 바 없고 사심없는 제안이 가능하며 실천할 수 있는 뚝심과 저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우리의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일도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과정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총괄 할 수 있는 좀 더 거시적이고 합리적인 안목도 아쉽다.



각 나라의 명성이나 국익을 대변하는 기능에 있어 축구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더라도 축구가 우리의 모든 것이라도 되는 양 축구에 목숨걸고 축구에 일희일비하는, 균형감각을 잃은 모양새는 생각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실제로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축구경기가 전쟁으로 비화된 일도 있고 보면 기우로 넘길 일만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로 볼 때 축구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벤트인 건 맞다. 그러나 축구는 축구일 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핵심사안은 될 수 없다는 평상심으로 축구경기를 즐기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한참 축구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시점에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새겨듣길 바란다.



우리의 붉은 악마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그 세가 100만 여명에 달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좀 더 긍정적인 에너지로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자신들의 처음 동력이었던 순수한 열정을 잃는 순간, 약속시간을 넘긴 신데렐라 마차처럼 될 수 있음을 잊지 말라고 조언하는 바다. 그나저나 일부 정치권이나 기업들이 붉은 악마의 결집력을 저마다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쓰려고 철없는 입질을 멈추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내일 모레, 아르헨티나와의 격돌을 앞두고 있다.

당연히 아르헨티나의 장벽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은 근거없는 기대감에 충만해 있는 요즈음이다.

날마다 우리의 태극전사들에게 이겨달라는 응원 에너지를 보내며 떨리는 가슴을 가다듬는다.

내 생전에 우리가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를 제패하는 영광의 순간을 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2010. 6.1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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