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9일 토요일

홍문종생각-실패도 자원이다

실패도 자원이다



자책골, 4:1의 대패 등 이번 아르헨티나전은 여러 모로 아쉬움을 남기는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박주영에게 자책골의 책임을 추궁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 문전에서 상대선수와 뒤엉켜 있다가 당한 불운인데 무엇으로 그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이런 차에 '자책골은 박주영의 잘못이 아니'라며 박주영의 불운을 위로한 홍명보 감독의 격려 글이 눈길을 끈다. 그는 자신의 후배이기도 한 선수들에게 ‘세계 최강 팀과 경기하려면 한국은 투지를 갖고 싸워야 한다’며 ‘투지가 이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한국팀의 유력한 무기라는 조언과 함께 이제부터 시작이니 실망하지 말고 평상심을 찾아 16강 진출 기회를 당부했는데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국 출장길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아르헨티나 전을 지켜보았다. 나도 모르게 상대진영의 세계적인 선수 메시나 왕년의 스타이자 '신의 손'이라 불리우는 마라도나 감독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그들의 플레이는 전 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충분히 멋졌고 막강했다.


아르헨티나 팀은 세계적인 강팀이다. 아무리 자책골이 있었어도 아르헨티나가 우리에게 버거운 상대가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4:1이라는 스코어는 어쩌면 우리가 넘을 수 없는 아르헨티나의 장벽이 숫자로 구체화된 현실인지 모른다.


우리보다 강팀을 만나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우리 팀의 이전 경과들을 비교해보면 이번 아르헨티나전은 아무래도 승부욕,오기, 투지, 열정 등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내공부족이 문제였다는 생각이다. 강팀에 대한 강박감이 수비위주의 소극적 플레이로 연결되는 바람에 선수들의 기량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건 아니었는지.



역사에서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다윗과 골리앗’의 승부에서 다윗이 이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약체 진영이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상대에게 아무 두려움 없이 최선을 다해 싸움에 임하는 투지를 보였을 때였던 것 같다. 이번 강호 브라질과의 예선전에서 2:1로 석패한 북한 팀에 지구촌 축구팬들이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인생의 한 시점에서 지옥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패없이 성공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와튼스쿨의 아르닉 교수가 우리에게 주는 충고는 충분히 새겨들을 만 하다는 생각이다.


아르닉 교수는 한국의 미래는 벤처가 중요한데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게 문제인데 우리에게 실패를 격려하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패한 사람을 패배자로 간주하지 않고 격려해야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누군가 먼저 실패한 것은 비슷한 시도를 하는 사람에게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주는 방패막이가 된다는 의미에서도 실패는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이었다.


아르닉 교수가 지적한 우리의 문제점이 박주영에 대한 자책골 비난심리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박주영의 축구 인생에서 이번 아르헨티나 전은 그렇지 않아도 최악의 기억 일 것이다. 그런 그에게 위로는 커녕 모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건 횡포다.


일하다 보면 접시 깨뜨릴 수 있다. 접시 깼다고 나무라는 풍토라면 우리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다음 발전은 자신의 취약점을 알고 그 문제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기대할 수 있다. 단점을 보완해야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르헨티나전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실력 부족때문이다.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경기를 자꾸만 다른 이유를 대면서 이리저리 걸고 넘어지는 건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응원 열기가 부족한 팀 실력을 채워주는 건 아니다. 월드컵 축구 경기가 팀 실력과 상관없이 승패를 가르기나 하는 것처럼 비이성적 행태를 계속하다간 우리의 미래는 좌절되고 말 것이다.


박주영의 자책골이 없었다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놓치기라도 한 것처럼 몰아가는 억지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세상사 모든 게 마음대로 안된다고 해도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애물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해도 끊임없이 도전하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세계사 속에 한 단계 더 전진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히 청년세대에 필요한 것은 열정과 투지다. 그것만 있으면 지금의 패배는 결코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으로 오늘의 패배마저도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혜안이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실패를 귀하게 받아들이는 훈련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이지리아 전에서의 화이팅을 기대하며 박주영을 비롯한 우리의 태극 전사들에게 열과 성을 다한 성원을 보낸다.


......'대한민국~ 짝짜짝 짝짝"
(2010. 6. 1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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