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6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융통성 있는 정국운영이 필요하다

융통성 있는 정국운영이 필요하다



6.2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청와대 대응책이 논란의 중심에 놓여있다.

‘선거패배라는 상황 논리에 따른 인적쇄신이나 정부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정국운영의 해법을 내놓은 청와대의 대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부터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 등 민감한 이슈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듯 하다.

청와대의 이 같은 반응은 선거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로 민심달래기에 나설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엎은 것이어서 솔직히 걱정스럽다. 특히 언론 보도를 통해 회자되고 있는 ‘‘6∙2 지방선거 패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만 바람을 쫓아갈 수는 없다,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 안된다, 한번 정하면 꾸준히 가야한다’는 등의 청와대 관계자 코멘트들도 가슴을 무겁게 하고 있다.

아마도 이대로 밀릴 수 없다는 강경 기류가 청와대 의중을 견인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도 국가의 위기 사안 때마다 강경론과 온건론이 충돌했지만 대부분 강경론이 판을 주도하기 일쑤였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크고 선명해 보이는 강경파의 주장이 더 정의롭고 충직할 것 같은 착각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강경파의 득세는 '창대한 시작’에 비해 매번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는 점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옛날 청나라 침입 당시에도 조정대신 중에는 목숨걸고 싸우자는 사람(척화파)이 있었고 화친을 주장하는 사람들(주화파)이 있었지만 척화파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목숨 걸고 싸우겠다는 주장이 더 충성스럽게 보인 탓이다. 그러나 척화파의 호기는 결국 ‘삼전도의 굴욕’이라는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로 끝나고 말았다. 그들의 무모한 주장이 국가의 운명을 풍전등화의 위기 속으로 더 몰고 갔다는 질타에도 별다른 변명의 여지를 남기지 못했다.

이 때의 일화로, 척화파가 청황제의 통첩문을 찢어버리자 주화파인 최명길이 그걸 다시 붙이며 "나라를 위해 경같이 찢어버리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저처럼 붙여야하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라는 ‘최명길 어록’이 전해지고 있는데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번 청와대 입장에도 ‘선거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소통에 주력하자는 온건파의 주장보다 중간선거는 원래 그런 거라며 (정부의 입장을)더 세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강경파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논란이 된 4대강이나 세종시 정책을 제외하면 청와대나 내각이 책임을 물을만한 잘못이 없다는 의식과 대통령이 현장 행보를 강화한다면 민심을 회복할 수 있다는 청사진이 강경논리를 뒷받침하는 배경이 되고 있는 듯 하다. 또 인적 쇄신이 자칫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등의 정책 수정으로 비춰져 집권 후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설득력을 얻은 것 같다.

그러나 솔직히 세종시나 4대강 사업 추진에 있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정부의 약점이 된다는 정부의 관점은 잘못됐다고 본다. 오히려 정부의 독자적 행보가 국가차원이나 국민 입장에서도 그렇고 정부여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재고의 여지가 많다.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식의 정국운영 조언은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싶다. 적대국과의 대치 현황이 아닌 이상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융통성을 발휘한 결단이다. 제로섬 게임으로 몰아가기 보다는 윈윈 전략으로 정국을 차분히 풀어내는 게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권력은 유한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미 끊임없이 증명된 바이기도 하지만 유한권력을 마치 무한한 것처럼 착각해서 빚어진 숱한 참사의 결론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제발 이번만큼은 무책임한 강공책으로 국사를 그르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여야 관계에 있어서도, 국민 설득 과정에 있어서도 서로의 의식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여유로움으로 이 어려운 국면을 무사히 탈피할 수 있는 처방을 마련하기 바란다.

지금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정 운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2010. 6. 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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