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3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머피의 법칙

머피의 법칙

한국 축구가 그동안의 슬럼프를 딛고 신년 벽두부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호 이란을 상대로 연장 승부 끝에, 드디어 아시안컵 4강 진출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대표 팀의 쾌거가 국민들에게 크나큰 위안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축구 이야기에 모두들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이 기세를 몰아 25일 일본과의 결전은 물론 결승전까지 휩쓸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기대감에 들떠있는 분위기다.

새벽 1시 훨씬 이전부터 축구 경기를 보려고 텔레비전 앞에 진을 치고 기다렸다.
그러나 정작 경기 과정을 꼼꼼히 지켜보진 못했다. 경기가 중계되는 내내 비몽사몽 졸다 깨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골이 터지는 결정적 장면도 놓치고 말았다.
졸다가 “윤빛가람 선수가 한골을 넣었습니다” 하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떴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 버린 후였다.
아쉬워 하며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재방영 중이었다.
‘이번만큼은’ 하면서 텔레비전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교회 갈 시간이 임박해져서 준비하다가 또 다시 윤빛가람 선수가 골을 넣는 장면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인생을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순간을 놓친 경험이 상당히 많다.
이상하게도 더 중요한 일일수록 그 순간을 놓치고 발을 동동 구르던 경우가 적지 않다.
큰 아들의 출산 순간을 놓쳤고 인생의 스승으로 모셨던 장인어른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과 그 부친의 장례일정을 함께 하지 못했다.
이루고자하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놓쳐 버렸던 인연의 순간들은 지금 생각해도 아쉬움이 크다.

축구를 제대로 못 봤다고 하자 “앞으로 재방영을 수십 번 하게 될 텐데 대수냐”는 주변의 반응이다.
하긴 지금까지 살면서도 생방송 보다는 재방송에 더 익숙해 있었다. 그랬으면서 난색을 보인 내가 새삼스러웠다. 그저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인데.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들을 놓친 경험에는 인간의 한계를 돌아보게 하는 덤이 준비돼 있다. 인생의 어떤 부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나 저마다의 삶이 개인의 주관보다는 거대하고 절대적인 무엇인가에 끌려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그것이다.
인간에게 삶의 균형을 찾아주고자 하는 신의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생의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고 자신감을 갖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그것은 바로 겸손함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인생의 속성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혜안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을 놓쳤을 때 찾아드는 허탈감과 무력감의 압박으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벗어나는 노력없이 그 정도에서 멈추게 된다면 스스로의 가능성에 빗장을 거는 무지와 다를 바 없다. 소중한 가치를 간과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접할 때마다 스스로를 다스리고 감정을 조절하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염원한 대로 살지도 못하는 인생이다.
생애를 그르치지 않으면서 다시 도약하려는 가능성을 만드느냐가 더 없이 중요하다.
실체 없는 추측에 지배받는 일이 없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앞으로의 삶도 거기에 초점을 두고 살겠다. .

이번 일본전에서만큼은 우리선수들의 선전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2011. 1. 23)
....홍문종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