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5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역사의 선택

역사의 선택

요 며칠 몇 권의 역사책에 꽂혀 지냈다.
역사에는 만약에’라는 가정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역사적 정황을 재구성해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는 사실을 일찍이 터득한 바 있다. 그런 식의 역사 들여다보기로 망중한의 긴장을 푸는 건 나만의 휴식 노하우이기도 하다. 실제로 역사 기록을 살피다 상상한 것 이상의 영감을 전달받을 때도 많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삶인 것이다.
그 반향이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결코 소홀해질 수 없는 원천적 부담이 역사의 물꼬를 틀어쥐고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안의 경중이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역사의 노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순간의 선택’이 적지 않다. 작게는 개인의 소소한 삶에서부터 크게는 인류전체의 명운이 바꾸는 선택에 이르기까지 숱한 ‘선택의 순간’이 반복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꽤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국산 전자제품 광고 카피다. 그런데 역사의 현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절박하게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선택의 딜레마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역사의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다. 살아가면서 숱한 선택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는 인생의 본질을 떠올리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단종복위 운동을 꾀하다 세조에게 목숨을 잃은 ‘사육신 사건’만 해도 그렇다.
세조를 몰아내고 단종을 복위시키려던 집현전 학자들의 충절은 거사가 사전에 실패하는 바람에 집현전 학자들은 물론 단종의 명운까지 재촉하는 불행을 초래했다. (뜻을 같이했던 ‘김질’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장인 정창손에게) 토설하는 바람에 발각되고 말았다)
애초부터 거사에 김질을 가담시키지 않았다면, 아니 김질이 좀 더 책임감 있고 담대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김질보다는 그의 사람됨을 알아보지 못한 안목의 부재부터 탓해야 하지 않을까? 여러 궁금증들이 꼬리를 물지만 모르긴 몰라도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성으로 역사의 물줄기가 흘러가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히틀러가 자신의 재능을 살려 예술가의 길을 걸었다면 그의 말로는? 마리 앙뜨와네뜨가 철없는 사치대신 국민의 아픔을 품을 수 있는 왕비의 역량을 갖춘 존재였다면 프랑스 혁명의 기로는? 장개석이 모택동을 이길 수 있었다면 오늘 날 중국의 운명은? 신라대신 고구려나 백제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구한말, 대원군이 쇄국정책 대신 개방책을 선택하고 이완용 등이 매국노가 아닌 애국자의 길을 선택했다면 우리의 일제강점기는? 6.25사변이 남북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면?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역사 현장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아쉬움이 너무 많다. 세계사는 물론 우리 역사에서도 예외가 없다. 과거 뿐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 중에서도 훗날 아쉬움의 역사로 평가될 일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려는 위정자의 노력이 역사의 아쉬움을 줄이는 한 방안이 아닐까 싶다.
특히 4대강 사업이나 무상 급식 등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서는 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겠다. 매 사안마다 후대의 평가에 무게를 두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고 싶지 않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각양각색의 아이디어와 출마자들의 핑크빛 공약 등이 2011년을 특별히 백가쟁명시대로 만들 것 같은 예감이다.
더 이상 역사를 거스르는 어리석음을 자초하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무방비상태로 휩쓸리게 될까봐 걱정이다. 걔 중에는 분명 이틈을 타고 역사의 흐름을 유린할 불순세력들이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시대 낡은 사고의 포퓰리즘적 산물이 역사의 행간을 어지럽히면서 활개를 치는 무리에 속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선거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이 얼마나 결정적인 의미를 담은 선택인지를 인식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미 저질러놓고 뒤늦게 후회해봤자 인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지금까지 경험한 학습효과로 충분하다.
옥석을 구분하는 지혜로운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명심할 일이다.

더 이상 구차한 후회와 반성에 매달리는 과거를 양산해서는 안되겠다.
후회를 줄일수록 밝은 미래는 당연히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자.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용기를 가지고 역사를 직면한다면 되돌릴 필요가 없게 된다고 한 마야 안펠로우의 조언을 모두의 가슴에 담자.
그렇게 2011년을 국운 상승의 기회로 삼고 그 여세를 몰아 2012년을 대한민국이 거듭나는 원년으로 만들어 버리자.
우리의 힘으로.

(2011. 1. 1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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