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6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무상복지에 관한 고찰

무상복지에 관한 고찰


정치권의 복지논쟁이 뜨겁다.
무상급식에 이어 의료, 보육분야에 이르기까지 보편적 무상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할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에 불과하다는 한나라당 반발이 맞서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무상시리즈‘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일이라면 그 때는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조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국민 모두가 골고루 행복해질 수 있다는데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일 테니 말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식비, 교육비, 의료비를 무상으로 다 해결해주는 국가 정책을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때 마침 저녁 시간에 TV에 덴마크의 유럽식 복지시스템을 소개하는 다큐프로가 방영됐다. 확실히 차원이 다른 복지개념이었는데 우리 현실과 맞물려서인지 해당 프로그램이 대번에 장안의 화제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는 물론 65세 이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연금지급이 실행되고 있는 덴마크에서는 교육현장에 성적 서열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 차별받지 않고 적성에 따라 직업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그 어느나라보다 높다. 입시지옥과 각졸 사회적 차별과 격차에 시달리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가히 꿈의 나라로 느껴질 만한 환경이다.
하지만 덴마크의 환상적(?) 복지 환경이 우리에게 그림의 떡으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러 측면에서 양 국 사이에 단순한 벤치마킹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차이가 분명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조세부담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소득의 50%가 세금) 덴마크는 인구도 적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나 세금의 투명성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반면, 우리에게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전형적 자본주의인 우리와 다른 사회주의 국가의 강점일 수도 있겠지만 명백하게 다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근래 들어 덴마크의 사회복지시스템이 전반적인 개편 요구에 직면해 있는 현실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복지비용의 추가 부담이나 국제경쟁력, 노동력 확보 등을 위한 자구책을 보완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에 봉착해 있는 자체가 항구적인 무상복지의 허구를 입증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결국 핵심이 ‘무상’의 현실성에 있음을 감안한다면 무상복지가 안고 있는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는 또 다른 반증인 셈이다.


교육현장에 있으면서 또 다른 측면의 복지수요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여건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학생들 이야기다. 그들의 고충을 모두 해결해주고 거둬주고 싶지만 개인이 나서기엔 역부족이다.
무상복지도 좋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무상의 의미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적어도 어려운 환경 때문에 가능성 있는 인재가 좌절하도록 버려지는 일만은 막을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우선 당장 효율적 측면으로만 보자면 마이너스인 결과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수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민거리다. 장기적으로도 끝까지 존속될 수 없는 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나치게 정책의 효율성만 따지는 것도 국민적 합의, 특별히 사회적 빈곤 층이나 약자 층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절충이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겠다. 기득권은 효율성보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입각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 폭을 넓히고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회적 효용성이 떨어지면 가정이나 국가 경쟁력 기반이 취약해지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결국 세상일엔 공짜는 없다는 명제에 보다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복지경쟁은 복지수요에 대한 요구에 관심이 확대되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당리당략을 위한 정치적 공세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거센 역풍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음이다.
어떤 수준의 복지체계를 세울 것인지, 어떤 정책적 대안들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권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무상복지의 적정 수위와 책임지겠다는 마음의 준비까지 총체적인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솔직히 정치권의 무상복지 논란을 지켜보면서 편치 않은 심정이다.
정치권의 그릇된 경쟁이 국민들의 마음을 강퍅하게 만들었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지난 지방 선거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개인 의지와 상관없이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 없었다는 고백을 수없이 들었다. 주변 기세에 눌려 찬성하건 반대하건 무상급식을 반대할 수 없었다는 토로들이 입맛을 쓰게 했다.


무상복지의 주체는 누가 뭐라고 해도 국민이다.
더 이상 대책없는 무상지지로 표계산만 해대는 정치인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건 국민 몫이다. 헛공약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꿰차는 불상사가 없도록 국민 저마다 납세자의 권리를 강화할 일이다.
혜안을 넓힐 일이다.


(2011. 1. 1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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