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9일 일요일

홍문종 생각 - 별판소동

별판 소동

별들은 역시 위대했다.
국방부 장관의 야심찬 새해목표도 무산시킬 수 있는 가공의 위력을 보여줬다.
군 개혁의 일환으로 장군 차량의 별판과 장군 전용의 식당, 이발소 공간을 없애겠다던 국방부의 호기가 퇴직 장성들의 모임체인 ‘성우회’ 반발로 제동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군 개혁 의지가 쇠퇴한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별들의 기세등등한 반격에 국방부가 초반 기선을 제압당한 분위기다.
우리사회에서 별판을 단 차량이 막강한 권력의 상징으로 통용될 수 있는 배경을 설명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런 만큼 쉽사리 찬반의 입장을 정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계급관념을 뛰어넘는 특별한 정서를 담아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분단된 대한민국에서의 장군이 갖고 있는 특화된 존재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시에 무한 책임을 져야하는 장군의 또 다른 기능을 염두에 두더라도 그들에 대한 공고한 신분 보장은 당연하다는 게 전통적인 관례이기도하다.
결정적인 순간, 그들의 판단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기왕에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종 전쟁터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장군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역시 그들의 활동상황을 담은 전쟁 무용담도 수없이 접한 바 있다. 더구나 계급에 따른 상명하복 체계는 군 조직의 필수 덕목 중 하나로 치부되고 있다. 그런 만큼 상호간 계급에 대한 확실한 인지 기능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고 할 것이다.
군이 더 강해져야 하는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일사분란한 지휘체계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할 것이다. 특히나 전시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을 유지해야하는 우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그다지 많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 ‘별판소동’ 과정에서 드러난 성우회의 처세는 상당히 실망스럽다. 신념보다는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안일함이 더 크게 비춰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장성 차량에 별판을 붙이고 안붙이고는 군개혁에 있어 그다지 중요한 관점이 아니다.
그러나 '예비역 장군들의 항의'때문에 별판을 허용하기로 방침이 바뀌는 것은 국방부 전체의 권위를 실추시킨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간단히 처리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런 성우회가 군의 명예와 예우를 들어 별판 부착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건 상당한 모순이다. 무엇보다 예의를 지켜 정중하게 대우할 대상을 선택하는 권한은 받는 쪽이 아니라 주는 쪽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예우의 대상이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순간, 본래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리게 돼 있다. 강제할 수 없는 예우의 선천적 속성이 파괴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군대조직에서의 권위는 반드시 필요한 항목이다.
그러나 권위와 권위주의는 명백히 다르다. 기득권 유지를 위한 권위주의는 당연히 쇄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별판이나 달고 다니고 사병들에 비해 지나친 호의호식으로 일관하는 장군의 ‘권위주의’는 해당 장군의 미래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까지 망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리더의 소신과 진정성으로 형성된 권위는 자발적인 복종으로 군 기강을 형성하는 지도자의 카리스마다 개념이다. 모방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일방적인 지시 일변도가 아닌 상호 교감을 통한 리더십만이 유사시 병사들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충성심을 이끌어 낼수 있다. 그런 리더십이 진정한 의미의 ‘권위’가 아닐까 싶다. 이번 김관진 국방장관의 군 개혁 시동을 환영한다.
군 개혁의 일성으로 장군들의 특권의식을 지적한 점은 장관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군 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장벽이 될 수도 있을 장군들에게 스스로 거듭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미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상호존중이 없는 개혁은 상호분열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장관의 보다 신중한 처신이 요구된다는 생각이다. 개혁과정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이번 성우회처럼 수많은 반대와 시비가 가로막고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절대로 굴복하거나 주춤거려서는 안된다.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주 무기 삼아 군 개혁에 대한 비전과 신념을 제대로 한번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량에 별판 다는 건 아무래도 좋다. 우리의 군이 믿고 따르고 정성으로 이끌고 가는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국민적 열망이 용두사미가 아닌 보다 큰 결실로 매듭 지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PS: "노병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사라질 뿐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소리없이 사라져간다는 의미로 군인의 소명의식을 강조했던 맥아더 장군의 큰 가르침을 지금 이순간 우리의 장군들이 한번쯤 되새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011 . 1. 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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