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0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다잉 메시지

다잉 메시지


때 아닌 ‘다잉 메시지’ 논란이 신년 벽두를 달구고 있다.
살해된 피해자가 범인에 대한 정보를 살인현장에 남겨놓는다는 통상적 의미가 아닌, 이유를 알 수 없는 동물들의 떼죽음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향방.....지구촌 곳곳에서 동물들의 집단 의문사 사태가 이어지면서 그 원인과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십만, 수천, 수백 단위의 새 떼의 주검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수백만 마리의 각종 물고기떼의 집단폐사가 지구촌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만 마리의 꽃게들과 찌르레기, 그리고 꿀벌들이 대량으로 집단폐사 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심지어 중국 광저우에서는 수천마리의 지렁이들이 연일 아스팔트 위로 기어오르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형편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의문사 정황은 아니지만 지난해 여름, 괴질 바이러스로 인한 토종벌 90%의 집단 폐사로 토종벌 농가를 도탄에 빠뜨리더니 이번에는 구제역과 AI 조류독감이 쓰나미처럼 전국의 축산 농가를 휩쓸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현실로 말이다.
동물들의 떼죽음이 우리들에게 뭘 전하고자 하는지 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비밀정부의 실험 때문이라는 식의 음모론도 있고 사라진 마야문명이 예고했던 2012년 지구 종말론이 대두되기도 한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나 강력한 지구자기장, 방사능 성분의 중성자 별 출몰 등 갖가지 억측도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떠돌고 있다.
그렇게 동물들의 ‘다잉 메시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동물의 수난이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먹이사슬 최정점에 서 있는 인간이 다음 표적이 될 거라는 관측이 근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문득 인간이 지구의 주인을 자처하지만 실상 인간보다 3억년 먼저 지구를 접수한 개미를 부각시키던 언론보도가 떠오른다.따지고 보면 인간은 그동안 대책없이 무모했고 지나치게 오만했고 또 몰염치했던 것 같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명아래 자연의 희생을 많이도 착취했다. 자연은 손을 내밀기만 하면 그저 속절없이 주고 또 주는 존재라는 근거없는 믿음은 무슨 자신감에서였는지.
그러다 인간의 이기심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자연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자연의 본격적인 반격에 허를 찔린 채 쩔쩔매는 그 나약함이 인간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사랑해’를 생각한다.
‘사랑해’는 집에서 기르고 있는 강아지 이름이다. 맨 처음 아들의 손에 들려 들어올 때만 해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사랑해는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당당한 가족구성의 일원이 됐다.
세월이 지나면서 사랑해의 영특함이 계속 탄복하게 만든다. 눈치가 너무나 빤해서 자기가 발 벗고 누울 장소를 기가 막히게 알아낸다. 집안 전체를 돌아다니길 좋아하면서도 제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체 나오지도 않고 짖지도 않는 모습을 보면 인간보다 못하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만 해도 녀석의 배변 뒤치닥거리를 기꺼이 해 줄 정도로 친밀한 존재다. 심지어 잠자리에 찾아와 내 곁에 살포시 기대고 자는 모습을 보면 개와 인간이라기 보다 동등한 생명체로서의 진한 교감이 느껴질 때가 많다. 혹여 이번 사태가 동물들이 그런 영특함으로 우리에게 지금 지구와 인간의 위기를 전하고자 하는 의리의 발로라면 대단히 무서운 일이다. 필경 굉장히 좋지않은 징후임에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좌절은 금물이다.
위기를 호기로 바꾸는 것은 각자의 역량에 달려있다.
이제부터라도 자연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기심을 버리고 새로운 관계로 거듭나면 된다. 일종의 경외심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개념으로 그들을 새롭게 받아들이자는 말이다. 심지어 그들을 위해 기꺼이 방패막이가 되겠다는 각오까지도 블사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위기를 최소화 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그동안 무모하게 훼손시킨 자연 앞에 성의를 표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잉 메시지를 리빙 메시지로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갖자.
그것이 지금 우리가 실천해야 할 가장 절실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2011. 1. 10)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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