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3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사자성어

사자성어


해마다 연말연시면 각종 사자성어들이 넘친다.
촌철살인의 현실 비판과 풍자의 대리만족이 주는 매력 때문인지 반향도 큰 편이다. 중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매년 연말과 연초에 각각 선정해서 발표하는 사자성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년을 '장두노미'(藏頭露尾)로 선정,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의 어리석음을 꼬집었던 이들이 이번에는 ‘민귀군경’(民貴君輕)으로 신묘년 새해 희망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백성이 제일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이 제일 가볍다'는 뜻이란다.
왜 하필 맹자의 민본 사상인지 모두가 무겁게 고민해야 할 사회적 명제가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리더격인 대학교수들이 국민존중 화두를 환기시킬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들어 대다수의 국민들이 편치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안보불안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관권이 인권을 경시하고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며 권력의 횡포가 자정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상최대의 무역흑자와 4.5%의 경제성장, 외교적 역량이 확장되고 국격이 높아졌다는 '낭보‘를 쏟아내도 박탈감에 시달리는 국민에게는 허공의 메아리 일 뿐이다.

임기 4년차에 접어들면서 레임덕이 본격화 되는 느낌이다. 곳곳에서 권력누수 조짐이 목격되고 있다. 다른 정권과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는듯 한데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레임덕이 본격화되면 이를 피하기 위한 권력 중심부의 무리수가 커지기 마련이다. 권력 기관들의 눈치보기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민귀군경'의 충고가 절실할 테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한 편은 아니다. 민심 위에 군림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속성 때문이다.
권력의 중심부의 있는 사람들이 권력에 취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니 더 큰 문제다. 어차피 무위로 돌아가게 돼 있는 권력인데 그 한계점을 잊고 마치 영원무궁한 절대치를 소유한 마냥 현실을 망각하기 일쑤다. 국민을 틀어 쥐려는 권력이 성공한 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모든 것이 환타지의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될 때까 그 헛된 시도를 멈추지 못하니 큰일이다.

간과할 수 없는 건 훨씬 나빠진 정국 상황이다.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의 변환과정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이다.
2009년 말엔 '방기곡경'으로 바른 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일을 한다고 정부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그 1년 뒤인 2010년 사자성어는 '장두노미'였다.
그러던 것이 2011년 새 사자성어는 더 강경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바로 '민귀군경'이다. 계속 그런 식의 실정이 이어진다면 사직이나 임금보다 훨씬 귀한 백성을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자성어다.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임금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아주 무서운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공공연히 민란 봉기를 선동하는 움직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라 하겠다. 우리가 사자성어를 관전하는 포인트를 여기에 둬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대통령의 신년사는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야 한다는 일기가성(一氣呵成), 뜻이야 좋다. 하지만 민심의 경고를 염두에 두지 않은 자화자찬 일색의 상황해석은 무엇에 근거를 두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지난 3년간 이뤘던 모범적인 금융위기 극복 및 향상된 국격 등을 기반으로 선진 일류국가의 최종 목표를 위해 자만하지 않고 더욱 내실을 다져나가자는 의미, 국운 융성의 절호의 기회를 맞아 국민이 단합해 안팎의 도전을 극복하고 선진국의 문턱을 막힘없이 넘어가자는 염원’ 등의 의지가 담긴 신년사에서 국민이 느낄 아쉬움의 파장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실과 유리된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철렁한 기분이었다.
자신은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 레임덕하고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납득할 수 없다고 강변했는데 본인으로서는 진심인 것 같았다.
권력을 쓰지 않는 대통령이라....
판단력의 오류가 문제인지 인의 장막이 문제인지 나조차 헷갈리게 되는 대목이었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가 통치의 근원점이다. 권력을 쓰지 않는 대통령의 존재는 도대체가 말이 안된다. 불행한 일이다. 5%의 소수가 국부의 95%를 쥐락펴락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국민과 정부 사이의 공감 영역이 갈수록 취약해 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산은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한다. 권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임기가 가까워질수록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기겠다는 초조함과 성급함이 일을 그르치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통합과 소통만이 해결책인 현실직시가 있어야겠다. 노장청이 하나가 되어 화합을 이루면 못할 일이 없다는 의지와 각오로 임할 일이다. 21세기 리더십의 화두가 소통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남과 북의 가슴이 한 마음으로 꽃 피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도자와 국민 사이에서도 똑같은 화두가 둥지를 트게 될 그 날을 고대한다. 그리하여 이 다음 사자성어에서는 태평성대의 노래들이 흘러 넘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2011. 1. 3)
...홍문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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