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6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모두가 제자리에서

모두가 제자리에서



프랑스에서 대한민국 아이콘이 빛을 발했다.
프랑스 국영 TV가 대한민국의 잠재적 저력에 포커스를 맞춘 다큐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프랑스 전역에 소개했는데 우리로서는 모처럼의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가 대한민국을 주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가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져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프랑스 내부의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대한민국 사회의 역동성을 통해 자국민의 의식을 자극하고자 하는 의도도 일정 정도 담겨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그들의 107분짜리 다큐 동영상에 투영된 대한민국은 열정과 저력이 넘치는 가능성의 나라였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으로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은 물론 문화적으로도 주변국을 리드할 정도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비전의 땅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 사회의 갈등국면과 소모적 논쟁까지도 그들에게는 열정과 활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이는 최근 93세의 레지스탕스 출신이 쓴 저서가 프랑스 서점가에서 상종가를 치며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현상에서도 엿보이는 정서다. 최근 석 달 동안 60만 권이 팔려나갔다는 이 책은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선대가 그랬던 것처럼 부당한 일에 항거하고 화를 내라‘는 단순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면이 고작 30쪽인 간이책자에 불과한 이 책의 선풍적인 인기몰이 배경을 살피다보면 프랑스 사회의 깊은 고민의 일단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끼리는 날마다 지지고 볶는 형국이지만 외부에서 긍정적 평가를 듣게 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여러 부분의 징후들을 보면 이마저도 마냥 안심할 처지는 아닐 듯싶다.
평균 수명 상승의 여파인지 요즘 들어 나이가 점점 숫자에 불과해지는 현상을 보게 된다. 신체적으로도 월등히 젊어졌다. 61세 생일을 환갑이라는 특별 의식으로 장수를 축하하던 관습이 무색해질 정도다.
그럼에도 고정관념의 파고를 뛰어넘지 못하고 스스로를 얽매고 제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보다도 그런 식으로 양산되는 실업자가 적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걱정이 크다.
이제 막 50이 지난 나이에 현직에서 명퇴하거나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잉여인간군으로 전락해가는 모습은 안타깝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도양양했던 사람들이 한 순간 뒷방 노인의 행색이 되어 있는 현실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측은함을 넘어 화가 치민다. 그들의 현실이 개인이 아닌 국가나 사회적 영역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의욕만 있으면 되는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듯하다.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힘과 정신력을 겸비하고도 고정관념 때문에 스스로를 포기하는 패배주의가 문제라고 본다. 사회적인 편견도 걸림돌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특별히 노령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그들의 노동력이 사회발전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출산 고령화 사회 영역까지도 악순환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당사자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겠다.
엄격히 말한다면 젊은이들에게 투쟁하라고, 무기력에서 벗어나라고 독려하는 프랑스 형편이나 우리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나친 비관일까? 무엇보다 방황하는 청춘들의 핏기 잃은 고뇌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학생일 때는 점수에 볼모 잡혀 푸른 꿈을 짓눌렸던 그들이 학교 문을 나서고도 굳게 닫힌 취업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젊은이 특유의 진취적 기상과 폭발적인 도전정신들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대한민국의 꿈나무들이다. 그들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언제까지 이들의 방황하는 발길을 지켜보고 있어야하는 건지 선뜻 답을 낼 수 없어 답답하다. 물론 정금을 얻기 위해선 까다로운 공정과 엄격하고 혹독한 단련 과정이 불가피하다. 젊은이들에게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동량이 되기까지 필요한 내공을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비판과 도전 정신 역시 젊은이들을 가장 젊은이답게 만드는 조건이다. 또 그들의 조건이 충족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다. 경우에 따라 이들의 정당한 비판이나 도전에 대해서는 상으로 격려하는 센스가 있어야겠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학교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젊은이는 젊은이답게, 노인은 노인답게 저마다의 역할에 충실하고 스스로의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바른 모습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는 것 말이다.
모든 이들의 무운을 빈다.



(2011. 1.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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