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9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탯줄을 끊자

탯줄을 끊자


일명 ‘맥도널드 할머니’로 불리는 70대 노숙자의 인생유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노숙 신세이면서도 영자신문을 읽고 고급호텔 사우나나 고급 커피숍과 식당만 선호하는 그녀의 우아한(?) 취향이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한 결과다. 더구나 유명대학 메이퀸 출신으로 외교부에 근무한 재원이었던 전력도 유명세를 거들고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지독한 비극이다.
제대로 된 잠자리도 없이 떠도는 칠순의 그녀는 조만간 백마 탄 왕자가 자신의 배우자로 나타날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경악케 만드는 건 오늘 날 그녀의 현실이 순전히 어머니의 과잉보호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공주처럼 딸을 받들었던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이 딸의 인생을 나락에 빠뜨리게 된 것이다. 
분별없는 어머니의 헌신이 자식을 얼마나 끔찍하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과유불급의 자식사랑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맥도널드 할머니의 사연을 접하면서 가슴 한쪽이 뜨끔했을 대한민국 어머니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점점 더 광폭(!)해지는 엄마들의 치마폭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극성스런 모정에 짓눌려 갈수록 판단 능력을 상실해가는 젊은 세대에 대한 고민은 사회적 파장이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 뒷바라지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대학생이 되어도 학점관리나 이성교제 부분까지 부모의 관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회에 진출해서도 이직이나 연봉협상을 부모 결정에 맡기는 ‘애어른’이 양산되고 있다.
부모의 리모콘 스케쥴 조종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그저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다. 너무 바빠서 스스로를 돌아볼 볼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고민이나 반항은 물론 자기 소신 한번 펼쳐보지 못하고 오로지 점수 벌레로만 양육된 학생들이 어떻게 인생을 알 것이며 지혜를 늘릴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넘치는 배경이다.
특히 이른 바 ‘엄친아’들이 몰려 있는 법조계는 그 폐해가 심각하다는 걱정이다. 조금만 민감해져도 문제해결을 어려워하는 젊은 판검사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사법부 판검사10명 가운데 4명은 일명 엄마들 치마폭에 쌓여 외고나 특목고 등 강남의 과열 입시경쟁을 뚫고 대학을 가거나 사법고시를 통과한 ‘엄친아’로 알려진 만큼 근거없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 엄친아들에게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을 맡기고 판단을 구하는 자체가 넌센스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교육현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일찌감치 예상했던 대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학생도 있지만 뜻밖의 학생이 부각되거나 반면, 성공을 확신했어도 실패로 끝나기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결국은 그 어떤 것도 성공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의 반영인 셈이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의 세계를 인정해야 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모의 지나친 개입이 과유불급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개연성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불안이나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3배나 높다는 학계의 보고도 예사롭게 넘길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스팩만 강요하는 교육구조와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식들을 허깨비로 만들고 있는 무서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판단내리기를 두려워하고 정해진 길 외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온실 속 젊은이들로는 대한민국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자식을 겁쟁이로 만드는 건 어느 이유로도 사랑이 될 수 없다.
지금으로선 고민과 좌절, 그리고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성교육과 아이들의 움켜쥔 숨통을 놓겠다는 부모의 결단만이 위기에 처한 현실을 구하는 처방이 아닐까 싶다.

특별히 대한민국 엄친아의 모친들은 각오를 달리해야 할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새끼를 언덕위에서 굴려 단련시키는 사자의 양육법을 배우는 것도 방법이다.
자식이 귀하면 귀할 수록 모진 세상을 몸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단을 길러주는 현명함을 보여주길 바란다.
평생 함께 지켜주지도 못할텐데 최소한 자식을 맥도널드 할머니로 만들지 싶지 않다면 순응하라.


탯줄 부터 끊어야 한다.
많이 아프더라도 그게 진정 자식을 위한 길이다.

(2011. 1. 19)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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