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7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인과 응보를 생각하며

인과 응보를 생각하며



이 나이가 되도록 건강에 관해 크게 걱정한 경험이 없다.
그런 만큼 평소 건강관리에 상당히 무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 마침 종합검진 통보도 있고 해서 이 참에 작심하고 내시경을 비롯해 시티촬영, MRI까지 총체적인 건강검진을 결행했는데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검진 4일 전부터 요구되는 수칙이 많았다. 절차도 생각보다 복잡했다.
첫 주문부터 무지막지(?)한 과제였다. 4리터 물통을 가득 채운 분말가루를 물에 타서, 그것도 오전 5시에서 7시 사이에 다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워낙 물먹기를 좋아했던 터라 별 생각없이 덤볐다가 아주 혼났다. 야행성 체질에 새벽시간 맞추는 것도 그렇고 두 시간 꼬박 4리터 분량을 다 해결하는 일도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심한 메스꺼움이 고역이었다. 거기다 장세척으로 인한 설사가 계속되다보니 이건 거의 토사곽란 환자를 체험하는 듯 했다.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온갖 착잡한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건강에 어려움을 겪던 친구들 얼굴부터 혹시 내게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이르기까지 뜻밖의 심리상태가 노출되는 것 같아 당혹스러웠다. 결과적으로는 해피앤딩이었다. 일주일 후 결과가 나오게 되어있는 혈액검사를 제외하고는 검사 결과를 당일 통보받았는데 혈압(100/60), 당뇨(100), 시력(각각 1.0) 등 각 신체 기능이 나이에 비해 굉장히 건강하다는 소견이었다. 심지어 건강관리를 아주 잘했다는 칭찬까지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는데 장례식 장 건물의 영안실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이내 검사 중간 중간 검진 담당의와 죽음에 관해 나눴던 토막 대화들이 떠올랐다.
누구도 죽음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응급실을 거쳐 영안실로 옮겨지는 사망자의 상당수가 임종 순간까지도 본인만큼은 죽음에서 예외인 것처럼 생각한다고 한다. 결국은 죽을 수 밖에 없는 숙명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피하고 싶은 인간의 갈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천년만년의 삶을 보장받기라도 한 것처럼 탐욕의 극치로 치닫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목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인생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언젠가 직면하게 될 죽음을 의식한다면 좀 더 겸손하고 충실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긴다. 그야말로 죽음이 삶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게 되는 순기능 말이다.
콩 하나만 해도 뿌린대로 거두게 되는 것처럼, 죽음도 ‘인과응보’의 메커니즘이 적용될 수 있다니 흥미롭다. 사전 징후만 제대로 관찰해도 죽음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분야 관계자들의 진지한 견해이니만큼 관심을 기울여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건강검진 현장의 오랜 경험으로 수진자의 이력만 가지고도 병력이나 건강의 이상 유무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실제로 술 담배, 과로, 스트래스, 불규칙한 일상 등의 관련 데이터를 적용하면 수진 결과와 상당부분 일치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결국 건강의 이상은 사전에 경고되는 징후들만 잘 챙겨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비약이 될지 모르지만 여타의 정황에서도 확인되는 바다. 실패로 돌아간 동계올림픽 유치나 FIFA 부회장 선거, 지난 번 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참패도 뿌린 대로 거둔 정직한 수확물이다. 깊은 속사정까지야 알수 없지만 오래 전부터 균열이 시작된 패인의 조짐이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문제 요인이 수정되지 않고 방치되는 상황이라면 그 대상이 사람이 됐건, 정당이 됐건 아무런 미래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정부정책도 마찬가지다. 안일한 외교로 협상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나마 국제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게 뻔하다. 건강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자신감 때문에 자기 몸 살피기를 소홀히 한다면 반드시 몸에 이상이 오게 돼 있다.
누구나 성공적인 미래를 꿈꾼다.
성공적 미래는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는 명제다. 세상 일엔 공짜가 없고 원인없는 결과는 더더욱 없기에 그렇다. 모든 일은 준비하기 나름이다. 하기에 따라 미래에 대한 엄청난 프리미엄과 스스로의 인생을 조정하는 놀라운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삶이 때로 많이 번거롭고 고통스럽긴 하지만 이 역시 완숙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기꺼이 그 과정을 감수해 낼 에너지가 나오게 돼 있다. 결국 지금 이 순간이 미래의 내 모습을 반영하는 에너지의 실체인 셈이다. 건강 검진 받으면서 건져 올린 생각의 편린들이 혹여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많이 웃는 하루 되시길.



(2011. 1. 7)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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