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9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뭐하고 있었는가

뭐하고 있었는가


연평도 참사에 희생된 두 젊은 병사의 영결식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착잡했다.

과연 우리 ‘국가’가 ‘국민’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 국가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믿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헝클었기 때문이다.

시중 민심을 보면 결코 가벼운 상황이 아니다.

북 한 도발 당시 정부의 미온적 대응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한 국민 불만이 팽배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엊그제 청와대를 다녀간 중국의 다이빙궈도 국민의 불편한 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오만한 중국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녔다는 불만이 정부불신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국민 마음이 떠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공 자는 나라를 지킬 수 있는 3대 요소로 식량, 국방,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꼽고 그 중에서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신뢰 부분이 문제시 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국가를 위해서나 이 정부를 위해서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 한명의 자국민이라도 위기에 처하면 전직 대통령이 직접 움직일 만큼 자국민 보호에 투철한 미국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70년 대 북한군 도끼만행으로 미군병사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이례적으로 김일성이 사과를 하고 나선 배경에도 분노를 감추지 않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북을 압박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폴 케네디 교수는 오래 전 자신의 명저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상대적 쇠퇴기에 직면하게 될 미국 등 당시 일등국가의 미래를 경고해 주목 받은 바 있는 세계적 석학이다. 일등국가가 패권국 역할 유지를 위해 투입한 막대한 군비가 종국에는 경제적 도전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주장이었는데 20여년이 지난 현재를 보면 그의 예언이 적중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 책에서 군대의전과 의식 등 외형을 중시하면 효율성이 저하되고 로 전투력을 치중하는 중시로 을 중시하는 군대는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군대는 전투력을 상실하고 군은 물론 국가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골치덩어리로 전락하고 해당 국가 역시 퇴조의 길을 걷게 된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지금 우리 현실에 필요한 조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차원에서 신임 국방부장관의 역할이 중차대한 시점이다.

과 거 합참의장 취임식에서 강군론을 폈고 행정조직처럼 보고위주로 움직이거나 진급에만 신경쓰는 무기력한 군의 모습에 일침을 가했다는 등의 김관진 신임 국방부장관 내정자 행적이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한 채와 5억원 정도의 금융자산, 15년 된 크레도스 승용차가 재산의 전부이고 무엇보다 위장전입 경력이 없는 ‘청백리’라고 한다.

우선은 다행스럽다. 그 정도의 가치관을 가진 분이라면 앞으로 달라질 수 있으려나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미 항모 조지 워싱턴함이 서해에 진입하는 등 사상 최대의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현재 북한은 서해 전방 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실시하거나 미사일을 비롯한 전력을 전진 배치하는 대응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솔직히 국민 중에는 이렇게 막강한 미국의 전력이 우리를 받쳐주고 있으니 국방걱정 덜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으로 이번 합동훈련을 바라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속셈을 간파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미국이건 중국이건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어떤 정책도 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자국 이익에 충실한 모드가 세계 정의로 재편되는 추세다.

더구나 미국, 북한. 중국, 일본 등의 노림수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우리의 특수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합동훈련 과정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에 의존하기보다 실속있는 합동훈련이 되도록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는 얘기다.

우리의 안보를 남의 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서도 해선 안된다.

그 때 그 때 상황마다 우리 국익에 맞게 이끌어야 한다는 상황인식이 필요하다.


더 이상 국민의 무고한 죽음을 무위한 희생으로 만들어서는 안되겠다.

국가는 뭐하고 있었느냐는 힐난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추태를 보여서는 안되겠다.

국민의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

그것이 21세기를 주도할 대한민국 정부의 최우선적인 당면 과제임을 잊지 말자.

자립, 자조, 자결의 정신 무장으로 온 국민이 결집했던 그 때의 결기를 되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2010.11.29 )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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