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4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 - 아니면 말고?

아니면 말고?



70년대 당시 대학을 다니던 우리세대에게는 사실상 학교 교육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만 해도 대학에서 제대로 된 수업을 받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사실 공부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라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 미국에 가서야 정신을 차리고 체계적인 공부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 굴종을 감내해야 했던 현실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지던 시절의 이야기다. 심지어 스스로를 길 잃은 세대로까지 자조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기도 했다.

당시의 미국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이른 바 입학 사정회에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한국학생들의 처지를 언급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 역시 우리 세대가 느껴야 했던 시대적 아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능력이 되면 외국으로 이민을 가고 싶은 희망자들이 장사진을 쳤던 그 시절 풍경을 아마도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오바마가 미 공화당 교육예산 삭감을 비판하면서 한국교육의 우수성을 예찬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오바마의 지적대로 우리의 ‘오늘’이 있기까지 교육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는 데 100% 동의한다. 게다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대한민국 학부모의 교육열이 끼친 영향력 또한 지대하다고 할 것이다.

결국 지금의 대한민국 위상은 그러한 동력들이 모여 이뤄낸 공동작품인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386 세대에 대한 부러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리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했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나가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대학을 다닌 그들 세대가 우리들 보다는 우수하고 잘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자기주관이 뚜렷하지 않거나 세대간의 질서의식이 결여 되어 있다는 우려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름의 장점도 없지 않아 큰 걱정거리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386 세대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영부인을 직접 지목, 남정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뉴스메이커가 됐다. 이로 인해 여야 간은 물론 정부와 청와대까지 진흙탕 싸움에 나서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결론으로 말하면 강의원의 이번 발언은 어떤 식으로 접근해도 사려깊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그가 정황으로 제시한 1000불짜리 AMEX 수표가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뇌물로 이용될 수 없다는 여당 측 반박에 ‘후속 액션’ 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 점도 스스로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정황이라 하겠다.

대통령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386세대에 대한 기대감을 허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만약 이번 파란이 치고 빠지기 식으로 의도적으로 전형적인 구태 정치를 답습한 형태였다면 386 정치인에 대한 가중된 '냉소'는 불가피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그들은 앞서 간 그 어느 세대보다 여러모로 교육의 혜택을 받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일테면 교육받은 값어치를 해야 하는 책무를 진 세대라고나 할까.



정치공세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사건에서 한나라당도 과거 지사 떄문에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의 과거 발언 몇 가지만 들추더라도 영부인에 대한 도를 넘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강의원 비난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강의원을 공박하기 전에 스스로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부터 내는 것이 필요한 수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야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이번 강의원 파장이 정략적인 정쟁에 그칠 것이 아니라 폐쇄적인 우리 정치의 진일보를 위한 교두보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사실 대한민국에서의 낙후된 정치 수준은 심각한 상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쟁 현장이 대한민국 국격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이제 정치만 제자리를 찾으면 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겠는가.

나 역시도 초선의원 시절 DJ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중진의원들로부터 주문 받았던 경험이 있다. 조금은 지나치다 싶어 어물어물하다가 넘어가기는 했는데 누구도 '문제의 발언'을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결과적으로는 잘 한 일인 것 같다.


무분별한 정치공세가 우리 정치현장에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우선 정치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해야 할 대상이라는 관념부터 바뀌어야한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정쟁을 바라보며 불안해하는 국민 입장을 생각하자.

이번 사건도 진실게임 수준이지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진실의 향방보다 국민적 자존심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국익에도,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제로섬 게임으로 정치일정을 낭비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치인들이 최소한 선거 때 유권자에게 표를 구하는 초심으로 정치마당에 나선다면 지금처럼 동네북처럼 욕을 먹는 풍토도 개선될 수 있다.

모쪼록 미국도 부러워하는 우리의 교육수준이 정치권의 구태까지 정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으면 싶다.


(2010. 11. 5)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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