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6일 화요일

홍문종 생각 - 지뢰밭이 된 여의도

지뢰밭이 된 여의도


여의도가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소액 후원금’ 후유증이 여의도 정가에 태풍의 눈이 됐기 때문이다. 청목회 암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농협중앙회가 10만원 소액 후원금을 쪼개는 식의 수법으로 해당 상임위 의원들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펼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가 지뢰밭이 됐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잇고 있는 걸 보면 사안의 정도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것 같다.


실제로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조짐이다.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모 국회의원의 지역 사무국장이 긴급체포 됐고 농협중앙회 불법 로비와 관련해 특정 지역 농협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해당 기관장들이 소환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흔히들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거라고 하더니 괜한 말이 아니지 싶다. 현실적으로도 눈 깜짝하는 순간, 영어의 신분으로 전락된 정치인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의 정치구조와 정치자금법대로라면 교도소 담장 안으로 떨어지지 않을 정치인이 별로 없을 거라는 불합리한 현실에 있는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소액 후원금 제도’가 입방아에 올랐다. 지역 정가에서도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온통 이 얘기 뿐이다.

불합리한 후원제도를 바꿔야 한다는데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야 정치권도 도입 당시 취지가 변형돼 음성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소액후원금제도 개선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체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국회의원들에게 돈 거둘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실제로 돈 사용에 있어서는 너무나 많은 제약이 가동되는 불합리성이 지목되고 있다.

소액 후원금 제도는 ’국회의원 후원제도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공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4년 이른 바 '오세훈 선거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취지에 급급한 나머지 법 집행의 실질적인 과정과 목적달성에는 미흡한 측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소액 후원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개혁성에만 주목한 나머지 돈과의 관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 현실에 대해서는 통찰력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지역의 애경사 장소에서조차 성의를 표시하지 못하도록 막는 바람에 민망한 상황이 연출돼도 불법의 굴레를 기꺼이 수용했던 건 깨끗한 정치 실현에 대한 취지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이웃들과의 한 끼 식사조차도 선거법 위반 여부를 꼼꼼히 따진 이후 결정해야 하는 ‘투명정치 실현’를 위해 불법의 굴레를 기꺼이 수용하는 것으로 동참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일단의 노력들이 무참하게 유린된 것 같아 허망하기 짝이 없다.

이번 기회에 정치인 후원금 제도를 좀 더 합리적으로 손질하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일본에는 국회의원 본인이 직접 참여하는 애경사에는 축의금이 됐건 조의금이 됐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또 지역 주민들과 만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상황이 되었을 때 상식선 내에서 (정치인이)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 있었다.

우리의 정치 현장에도 후원금 범주 정도에서 이웃 간의 정을 잇는 고유의 미풍양속은 허용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노인복지관이나 장애인 복지관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기관에도 정치인의 성의가 닿을 수 있도록 길을 터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선택을 남겨놓는 것이 성숙한 정치 문화 정착을 위해 나쁘지 않은 발상이 될 듯하다.

후원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순수 후원금만으로 왜 정치가 안되는지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지만 후원금(평년 1억5천만원, 선거 시 3억원이)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고비용 정치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상황을 더 우선적인 해결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후원금 등에 관련된 사안도 강압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신뢰를 기본 양식으로 자리잡도록 분위기를 잡아간다면 사회적 간접비용도 엄청나게 절약될 수 있을 것이다.




G20 의장국으로서 세계적인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이 때 적지 않은 인원의 국회의원들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되어 노심초사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곤혹스럽다.

죄의 유무를 떠나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일이다.

모두 함께 더 깊은 반성과 고민으로 대한민국 미래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도록 하자.

그것이 현재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거푸 주장하는 바이지만 로비스트 제도 도입도 그 해결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2010.11.1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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