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6일 토요일

홍문종 생각 - 예술문화는 힘이 세다

예술문화는 힘이 세다



토요일 오후 경민대학 예술문화 아카데미 회원들과 특별한 나들이를 다녀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고려불화대전 - 700년 만의 해후’ 특별전 관람이 그것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 총 108점 중에서 고려불화는 일본의 27점, 미국 유럽의 15점, 그리고 국내 소장품 19점 등 총 61점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예술로 손꼽히지만 작품이 워낙 귀하다보니 이번처럼 한꺼번에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가히 특별한 전시회로 칭할 만 하다는 생각이다. 그것도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등 44개 소장처에 각각이 흩어져 있는 것들을 모은 것이니만큼 이번 전시회가 우리 일생에서 다시 만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박물관 측 설명이 영 과장만은 아니리라 본다.

특히 유물들을 한 곳에 모으기까지 관계자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그 의미가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번 특별전은 고려 불화 뿐만이 아니라 같은 시대인 중국의 남송~원대의 불화와 일본의 가마쿠라시대의 불화도 함께 하고 있는데 동아시아 불교미술 가운데 고려불화의 뛰어난 예술성을 폭넓은 시야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해설자 말마따나 초등학생과 대학생 작품 차이처럼 한눈에 봐도 우리 작품의 우수성이 두드러진다.

그 중 ‘물방울 관음’이라는 별칭을 가진 ‘수월관음도’는 은은한 녹색 물방울 모양의 광배 속에 서 있는 관음보살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 센소지라는 절에서 소장하고 있는데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작품이어서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했다.

관음보살의 늘씬하고 우아한 곡선미와 7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또렷한 이목구비가 현란한 색채에 힘입어 당시 고려 미인을 연상케 하는데 깊숙이 은익(?)돼 있던 이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 데는 우리 측 학예사의 진정성 있는 ‘정성’ 덕분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감동적이었다.








동행한 한 교수님은 조선 시대를 미술의 ‘암흑기’로 표현했다. 고려의 불화 등 몇몇 작품에 견줄 때 조선 시대 작품은 유독 깊이도 없고 상당히 뒤떨어지는 수준이라는 것인데 유교의 영향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처음엔 선뜻 공감할 수 없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유교가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자유롭게 펼쳐져야 할 예술혼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들어서 그랬는지, 고려 불화들은 큰 틀 속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자유롭고 호탕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문화 예술 분야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라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오늘 날 우리의 IT 기술이 세계를 리드하거나 디자인 등의 작품들이 세계를 쥐고 흔드는 것도 따지고 보면 면면이 이어지며 뛰어남을 잃지 않는 우리 민족의 문화예술 혼 덕분이 아닐까 싶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겠지만 한 민족의 문화예술은 단시일 내에 판가름 될 대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얼마나 깊이 있는 역사성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 하는 관점도 작품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기준이라고 하겠다.

연전에 우리나라를 다녀간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기술력으로 시장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미래사회는 국가와 개인이 문화 경쟁력을 필수 항목으로 갖춰야 할 시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화 예술의 힘이 정말로 막강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겠다.



바쁜 일정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하게 작품설명으로 우리를 환대해 주신 의정부 여고 전 동창회장 최영희 선생님, 또 이 분을 연결해 주신 지역사회교육협의회 안희정 선생님, 전공 실력을 살려 미술사적 측면에서 상세히 도움말을 주신 김명규 선생님, 그리고 참여해 주신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모두들 즐거워하셔서 기쁨이 배가되는 듯 했다.

이 여세를 몰아 이번 기회에 그림 감상 동호회를 발족시킬까 하는 생각도 있다.

전시회 일정이 오는 21일까지라고 하니 아직 못 보신 분들은 필히 감상의 기회를 가져보시길 권한다.

(2010. 11. 6)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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