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2일 금요일

홍문종 생각 - 잔치는 끝났다

잔치는 끝났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우리로서는 역시 미국과의 FTA 협상이나 북한을 의제로 한 중국과의 대화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의 환율 줄다리기가 어떤 결과로 매듭짓게 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별 다른 이슈없이 끝나버린 것 같다.

확실히 ‘뜨는’ 후진타오와 ‘지는’ 오바마였다.
1년 전만 해도 환심사기 경쟁이 벌어지던 오바마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고 자신만만한 후진타오는 기세 등등한 모습으로 뉴스의 중심이 됐다.
그들의 비교되는 행보가 빠르게 재편되는 국제질서의 냉엄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 했다.
새로운 경제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민첩한 움직임이 거기 있었다.
미국을 흔들어대며 명실상부한 G2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은 더 이상 우리의 만만한 ‘이웃’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었다. 단순히 언제 저렇게 컸나 싶어 부러웠는데 그런 중국을 옆에 두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을 생각하니 그마저도 사치스러운 현실이 자각됐다.
반면에 호기로었던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화가 언제인가 싶게 영향력을 잃어가는 미국의 퇴락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우리와의 FTA 협상 과정에서도 선진강국의 너그러운 면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기 발등의 불이 다급해서인지 지나치게 옹색하고 옹졸한 모습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역시 이처럼 냉혹하게 돌아가는 국제사회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구책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외교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미국와 일본 위주로 고정됐던 외교채널을 바꾸는 시도가 있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외교상대를 찾아내고 다양한 아젠다를 발굴해서 교류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이어져야겠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척박하다. 유럽이나 브라질, 러시아 등 새롭게 관계를 구축해야할 나라들과의 외교 물꼬를 틀 수 있는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이들 나라들과의 인연을 시작할 인적자원 양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북한문제 역시 우리의 당면과제 중 하나다.
현재 북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는 중국, 미국, 일본 정도다. 특히 북한에 보이는 중국의 관심도는 날로 증가하는 형국이어서 우리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대응책이 있어야 겠다.

서울 G20 정상회의 평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데 지나치게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다.
이미 파장한 잔치상 메뉴 가지고 뒤늦게 갑론을박 해봤자 뭐가 달라지겠나.
지금 우리 처지가 쓸데없는 논란에 에너지를 소모할, 그렇게 한가한 상황도 아니지 않는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그나마 제자리를 차지하려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우리도 세계무대를 주도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사회통합이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화두가 아닐까 싶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일단의 노력들이 화두를 푸는 정답일 것이고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은 정치권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사회통합의 기수로 나서길 바란다.
대신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는 안된다.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으려면 지금보다 한참은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거의 개과천선 차원 쯤은 돼야 할 듯 싶다.


(2010. 11. 13)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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