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에
寒雨夜鳴竹 (한우야명죽) 차가운 밤비가 대를 두드리고
草蟲秋近床 (초충추근상) 가을 풀벌레는 평상 가까이에서 운다.
流年那可住 (유년나가주) 흐르는 세월을 어찌 멈출 수 있으리오
白髮不禁長 (백발불금장) 자라나는 흰머리를 막을 길이 없구나
-송강 정철, 우추(雨秋)
세월 참 빠르다.
싸늘한 찬바람에 돌아보니 2010년이 이제 두 달도 채 못 남았다.
침침해지는 눈과 무성해지는 흰머리가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의 무상함을 가르쳐주고 있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을 깨닫게 한다.
송강 정철의 넋두리에 마음을 실었더니 쓸쓸함만 더 키우는 꼴이 됐다.
오늘도 정신없이 분주하게 하루 일과를 마쳤다.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은 희망찬 미래를 기약하면서도 돌이켜보면 아쉬움 투성이다.
보람되면서도 아쉽고, 속이 꽉 찬 듯 싶으면서도 공허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영악하게 대처한다 해도 빠른 세월을 통해 인간이 감지하게 되는 건 역시 아쉬움이다. 사람이 죽으면 남는 다섯 가지 ‘~걸’에 대한 농담에서도 인간의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것 같다. ‘좀 더 베풀 걸, 좀 더 들을 걸, 좀 더 노력할 걸, 좀 더 다가갈 걸 (한가지는 생각이 안 난다)라고 하며 지난 삶을 후회하게 된다는 농담이다. (썰렁했나?)
역시 인간은 누구도 완벽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게 맞다.
피라미드, 타지마할 묘, 중국의 명 십삼릉 등만 해도 그렇다.
인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그곳은 인간이 얼마나 버둥거리다 갔는지 짐작 할 수 있게 해주고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불로초를 구하지 못한 진시황처럼 죽을 수 밖에 없다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까지도 연습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월은 간다. 우리도 간다.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다. 우리가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활용하기에 따라 삶이 지혜의 보고가 될 수도 있다.
오늘따라 유난히 추운 날씨 탓인지 한 장 남은 달력이 주는 스산함이 깊다.
발길에 차이고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인생에 대한 이런 저런 상념에 잠기게 되는 가을밤이다.
(2010. 11. 2)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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