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4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 연평도 비극

연평도 비극


북한이 그동안 단골메뉴로 읊조리던 불바다 협박을 실전에 옮겼다.

연평도 일대의 민간이나 군사 시설물을 170여 발의 무차별 포격으로 아수라장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처참하게 유린된 시가지 전경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자니 마음이 여간 착잡한 게 아니다.

온 종일 만나는 사람마다 불바다가 된 연평도 걱정이지만 속수무책이어서 안타까웠다.

그 와중에 두 젊은 병사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2명의 민간인 희생도 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글로벌 시대, 국제적 협력체계를 주도할 만큼의 성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 내내 이어지고 있는 낡은 이념과 체제의 대립으로 아까운 청춘들이 산화한 어처구니없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들은 단지 국가의 부름을 받아 소임을 다하거나 묵묵히 삶의 터전을 지켜오던 평범하고 무고한 생명들이었을 뿐이다. 그런 이들이 백주 대 낮 날벼락에 속절없이 사라질 수도 있는 대한민국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자식을, 가장을 잃어버린 유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이번 일로 당국의 미숙한 행보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북한의 공격을 받고도 교전수칙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늑장대응 등으로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확전 방지’ 초기 지시 발언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종국에는 그런 발언읗 했느니 안했느니 진실게임 국면으로까지 접어드는 양상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지난 1976년, 휴전선 비무장지대 판문점에서 미류나무를 절단 중이던 미군중위 2명을 도끼로 살해하고 카투사 4명에게 부상을 입힌, 북한의 도끼만행 사건 당시 초강경 대응으로 김일성에게 사과를 받아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오래 전 행적이 새삼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그 때의 박 대통령은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며 즉각적인 보복은 물론 휴전선 일대를 전시체제로 돌입하는 등의 압박으로 김일성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냈었다.

현재의 미온적인 군 대응과 비교하면 분통이 터질 만하다.

거기다 작전통제권 소재를 놓고 뒤늦은 갑론을박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불난 집에서 불을 끌 생각은 안하고 누가 불질렀는지 범인 색출에만 열을 올리는 꼴이다. 이렇게 하다간 언제 이 심란한 ‘도발 정국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루종일 국방부장관이 국회 국방위에 불려나가 매섭게 추궁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자꾸만 닭 쫓다가 지붕 쳐다보는 개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이 연상된다. 사후 약방문이다. 당하고 나서 경계를 강화하고 초강력 대응 운운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무고한 생명이 , 무너진 마을이 재건되기라도 하면 모를까.

사안이 간단치 않은 만큼 책임의 소재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이 그 때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북한과 대치국면인데 내부의 갑론을박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은 당면한 과제부터 풀어나가는 게 시급하다. 그 다음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시시콜콜 따져볼 일이다. 신상필벌 역시 한 점 의혹 없이 깨끗한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6.25 이후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 당일 하루 요동을 치던 주식시장도 제자리를 찾으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매시간 속보형태로 긴박하게 상황을 보고하는 국내 언론이나 외신 보도, 그리고 정치권과 정부만 떠들썩하고 다급한 분위기다.

내가 만난 청년 A는 “매일 벌어지는 일 아니냐”며 심드렁한 표정이었고 중년주부 B씨는 “사재기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어차피 전쟁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특별히 피난할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일갈하는 무심함을 보였다.

동요가 없으니 다행으로 여기기보다 오히려 전쟁 불감증이 우려되는 건 기우일까?

하긴 지난 60년 동안 무려 800여차례나 북한의 위협이 반복돼 왔으니 만성이 될 만하다. 문득 우리의 현실이 마치 재미삼아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일삼다가 정작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땐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양떼를 모두 잃어야했던 양치기 소년의 불운과 닮게되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이러다가 또 다시 우리 역사에 동족상잔의 비극을 되풀이 기록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말도 안되는 일인데 명백한 현실로 전개되고 있으니 외면만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념이나 체제 유지의 기 싸움을 위해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잡는 구태가 존재하는 우리의 특수한 현실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겠다. 더구나 대한민국 미래의 소중한 자원인 젊은이들이 희생되고 있는 국면이다. 그 어떤 큰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반드시 사수해야 할 우리의 자원을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각오와 다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사태를 놓고 신나게 주판알을 굴리고 있을지도 모를 국제사회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솔직히 우리에게 질시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를 주변국이 노리는 먹이감이 될까봐 늘 불안한 게 사실이다.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놀림감이 되거나 타국의 이익을 위해 국운을 함몰시키는 일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대한민국 국운의 융성 가능성이 실기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할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말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특히 책임있는 위치의 위정자 발언은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이나 청와대 각료들의 정제되지 않은 코멘트 남발이 걱정이다.

의도하지 않은 간단한 말실수 하나가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고 목숨을 건질 만큼 희망을 주는 빛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뜻이어도 국민과 유리된 정책은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자. 자칫 국민의 싸늘한 시선 속에 고립될 수도 있음이다.

그나저나 오는 28일부터 서해상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한미간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소식인데 더 사후약방문이 아니기를 바란다.

(2010.11.24)
...홍문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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