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3일 수요일

홍문종 생각- 일본을 품자

일본을 품자


3.1절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네티즌들이 사이버 전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는 소식이다. 한국의 네티즌들의 공격으로 한국 비방 글을 빈번하게 올리던 일본 인터넷사이트 '2ch'가 다운되자 일본 네티즌들이 사이버외교사절단인 ‘반크’ 웹사이트와 청와대 사이트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번 싸움의 직접적인 원인은 2ch 이용자들이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에게 심판 매수설을 제기하는 등 한국의 네티즌들을 자극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왕에도 사안이 있을 때마다 서로의 게시판을 공격하는 사이버 전쟁이 빈번했다. 양국사이를 흐르는 감정대립의 일단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 있어 가깝고도 먼 나라다.

일본은 이미 4,5세기 경 임나일본부를 한국에 두고 우리를 통치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우리는 우리대로 신화 속의 일왕세대 7왕자가 김수로왕의 자손들이고 일왕이 김수로왕의 후손이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저렇게 따지다 보면 일본만큼 우리와 많은 연관성을 가진 나라도 없다. 거의 형제의 나라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유사성이 많은 양국이다. 왕인이나 아직기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백제나 신라 시대에 수많은 이주민들이 일본에 흘러들어가 우리 문화와 함께 정착한 사실이 있다. 아직도 일본 도처에 남아있는 우리의 문화유산과 가르침의 흔적이 한일 간의 긴밀한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골육상쟁의 후유증 같은 양상으로 대립과 반목이 심화된 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한일 양국 심층 저변에 미처 씻어내지 못한 저간의 사정들이 묵직한 덩어리로 남아 민감한 자존심 문제가 됐는지도 모른다.



한국과 일본은 축구경기를 한 번 해도 국가간 자존심 문제로 비약돼 국민전체가 끓어오른다. 이번 밴쿠버에서의 김연아 심판 매수설 역시 그렇게 해서라도 (금메달을 따지 못해)상처난 자존심을 치유받고 싶었던 일본인들의 심리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한일 간의 치열한 경쟁의식이 두 나라를 동반상승 시키는 효과를 말하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지나친 갈등국면이 화근을 불러왔던 경험은 적지 않다.

이런 한일 관계에 비해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영국의 관계는 상당히 합리적인 양상이어서 대조적이다.

미국은 영국에서 온 청교도가 만든 나라다. 캐나다 역시 프랑스와 영국이 개척한 식민지로출발한 나라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이들 국가들은 같은 나라라는 착각을 불러올 만큼 때마다 긴밀한 공조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영국 미국 캐나다의 동맹관계는 미국이 세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캐나다와 영국의 발전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미국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보스턴 티파티에서 시작된 독립전쟁 이후의 크고 많은 갈등이 이들 사이를 갈라놓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기저에 깔린 동일민족이라는 인식을 매개로 과정 속에 파생된 여러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치열하고 무서우리만큼 조직적이었던 일본이 최근 들어 해이해지고 방심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피로감 때문인지 게으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반면에 우리는 토인비 말마따나 이제 동진하는 문명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 손에 잡힐 듯 말 듯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요즈음이다. 우리가 욱일승천의 기개로 일본을 능가하고 있는 여러 정황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우리가 협량한 생각을 버리고 일본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면 지나친 오만함일까?

우리가 식민 상태가 있긴 하지만 일본이 망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좋은 나라가 되기를 원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대범한 가르침을 기억하자. 일본을 넘고 중국을 넘어 세계로 우리의 갈 곳을 인도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21세기 대한민국에 시의 적절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



우선은 우리가 일본을 품는 방식으로 일본과의 동반상승을 리드하는 포용의 리더십으로 치고 나가자.

삼일절 즈음에 해 본 생각이다.
(2010.3.2)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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