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5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문제는 설득의 방법이다

문제는 설득의 방법이다



100년 만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된 미국의 건강보험제도 개혁이 연일 화제다.

그에 못지않게 설득의 묘미를 보여준 오바마의 탁월한 정치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건보개혁에 대한 열정과 사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 그리고 적절한 대응책으로 의회를 설득하고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하버드 출신 대통령의 정치 역량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1세의 젊은 나이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 얘기로 국민들에게 건보개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대목은 오바마 정치역량의 백미로 꼽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대의정치에서 우리가 배울 게 있다면 자기 소신을 폭넓게 펼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있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인내하며 들을 수 있는 너그러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당론에 따라야 하는 우리와 달리 소신과 민심의 향배에 따라 언제든지 크로스보팅이 가능한 미국의회의 정치환경이 몹시 부럽다. 정치적 딜 역시 정치적 노림수일 뿐 금품수수 논란이나 권력남용 같은 파렴치한 주제로 평가되지 않는다. 미국 정치가 썩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비슷한 사안으로 종종 정국이 뒤집어지기도 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갑자기 서글퍼진다.

비무장지대라도 놓여진 듯 전운이 감도는 여야의 냉랭함 속에서 ‘소신’ 운운은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개인감정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받아들일 여유는 고사하고 일말의 고려조차 같은 당 의원들의 눈치와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하는 상황이고 보니 오죽할까 싶다.



이명박 대통령의 ‘화요일 호통’이 화제다.

직접 주재한 청와대 회의에서 4대강을 비롯한 정부정책의 홍보부족을 질타하고 보다 더 적극적인 설득과 대응을 요구하고 나선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최근 정부 정책의 정체현상이 설득의 양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방법론에 무게를 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설득은 일방적인 호령 등 수직 체계 안에서 다뤄질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의 성사 과정에 있어 통일된 의견으로 일사분란하게 진행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더구나 힘 있는 사람이 강경하게 밀어붙이면 반대의견은 물밑으로 잠수하게 돼 있다. 별 탈 없이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해결되지 않은 채 내재되는 형태라면 자칫 암적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게 문제다.

반대의견을 설득하기 위해 진지하게 다가가는 노력은 현안을 더욱 건강하게 다지게 된다는 측면에서 그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바마의 건보개혁 과정을 보더라도 꾸준한 인내심을 전제로 한 치열한 토론과 논의의 반복이 설득과정에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진정성 있는 호소력으로 마음을 여는 일에서 설득이 시작된다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어차피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비밀이 없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밀어붙이는 식으로 반대자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해외 언론까지 완벽하게 오픈된 상황에서 우격다짐으로 통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의 건보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오바마의 정치적 리더십은 여러 의미에서 관심을 가질만하다.

적절한 오바마 리더십의 벤치마킹을 통해 지금 우리의 숨통을 누르고 있는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꽉 막혀있는 물꼬가 단숨에 트였으면 좋겠다.
(2010.3.26)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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