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5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 개명천지

개명천지


밤의 사나이로 불릴 만큼 밤을 좋아했던 나였다.

해만 떨어지면 나만의 은밀한 사적 영역이 열렸다. 어둠의 익명에 몸을 맡기면 그렇게 아늑할 수 없었다. 스스로의 발자국 소리를 벗 삼아 밤의 세계를 섭렵하는 동안은 도량에서 정진하는 수도승이 된 것처럼 차분해졌다. 그렇게 밤이 주는 위안을 통해 고립된 자아의 상처를 다독이며 지내왔던 것 같다.

세상만사 모든 걸 대번에 가리고 침묵 너머로 밀어 넣는 어둠의 카리스마가 좋았는지 모른다. 그저 보고 싶은 것에만 집중해도 되고 보고 싶지 않으면 외면할 수 있는 선택을 열어 놓은 어둠의 배려가 좋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움이 빛을 이길 수 없고 어둠이 주는 희열이 빛의 그것을 능가할 수 없는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개명천지의 체험’이라고 할까.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녘에 잠깐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이내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열려진 창문 틈새로 쏟아지는 햇살의 강렬함이 시야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한 눈부심이 아니었다.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한 힘의 기운이었다.

그 힘이 오래 동안 닫혀있던 마음의 빗장을 열어 제치고 어둠 속에 은둔해 있던 나를 단숨에 들어 올려 세상에 내놓았다. 햇살의 공략이 완강한 나의 자아를 뚫고 들어와 순식간에 무장해제 시켜버린 셈이다. 그동안 신세진 밤에게 죄책감(?)이 들만큼 단숨에 내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었다.



떠오르는 태양의 서기를 느꼈던 게 얼마만의 일인가 싶다. 그 상서로운 기운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있자니 모든 게 즐거워졌다. 세상에 용서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지난 시간 동안의 불쾌했던 기억들도 다 지워줬다.

새살이 채워지듯 나의 내면이 빠르게 원상복구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강력한 복원력은 태양에너지의 또 다른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 자신과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었다.

어둠의 칩거를 풀고 하루 빨리 태양의 강렬함을 마주해 보라고, 어떤 문제이건 차별없이 공평함으로 모든 이들을 위한 훌륭한 해결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세상 어떤 기도보다 강렬한 열망의 에너지로 우리에게 새로운 용기를 허락해 주니 걱정하지 말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함께 전하고 싶었다.



이제 그만 어둠을 벗고

우리 모두 태양 아래서 만나자구요.
(2010.3.16)
....홍문종 생각

* 그래도 밤의 매력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