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9일 월요일

홍문종 생각- 비운의 백령도

비운의 백령도




백령도 인근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고로 연일 뒤숭숭하다. 오늘은 민간 어선에 의해 함미의 침몰위치가 발견된 이후 실종자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낭보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시간 경과에 따라 희박해지는 생존 가능성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실종된 청춘들의 안위를 걱정하면서도 사건에 대해 각양각색으로 내놓는 저마다의 이해와 해석이 어수선함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사건 직후부터 북한의 침략 가능성에서부터 심지어 자작극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단이 쏟아졌던 게 사실이다. 모두들 단편적인 지식을 끌어다가 목소리를 높이고 침을 튀기며 전문가를 자처하다 급기야 자기 의견에 스스로 도취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동의하는 건 침몰된 채 침묵하고 있는 함미의 내부처럼 모든 게 불확실하고 아무도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영원히 정확한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될 가능성마저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피해자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게 슬픔이 아닌 분노인 현실이 개탄스럽다.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정확한 맥조차 짚어내지 못하는 관계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피해가족의 절망을 키우고 있는 정황이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과 남편의 생사를 추적하는 그들의 타버린 가슴을 위로하기는커녕 불신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누굴 붙잡고 매달려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그들에게 소음일 뿐인 관계 군 당국의 앞뒤 다른 브리핑이 또 다른 의혹의 단초가 되고 있는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당국의 모습에서 피해자 가족이 양치기 소년의 표정을 보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자칫 이번 사건을 빌미로 뭔가 얻어내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의구심을 사고 있는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 역시 지적 받아 마땅하다. 만에 하나 나름의 결론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식의 꼼수라면 앞으로 더 큰 불행한 국면을 부르게 되는 건 물론이고 앞으로 스스로의 설자리는 좁히게 하는 결과라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 점 의혹 없는 진상 규명을 언급할 정도가 됐으니 기우는 아니지 싶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은 이해를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의 이해득실을 기준으로 이분화 되는 분위기다. 어느 쪽이건 예전에 비해 명확하게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말이다. 마치 작품의 평가에 있어 작가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감상자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가중치를 둘 수 있는 것처럼 이 사건의 방향도 비슷하게 흐를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행여 아무런 노력도 없이 힘에 의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되는 불상사가 시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솔직히 있다. 총풍이나 북풍 동원을 통해 재미를 봤던 역대 정권의 추억이 오판의 재료가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래서다. 이해에 따른 관점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비관론적 측면에 선 사람들은 ‘불신 시대의 불행’를 말하고 있다.

기왕의 정치권은 물론 신문, 방송을 비롯한 각종 언론조차 불신의 딱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고 정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상황이다. 불신이 전 국민의 의식을 지배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확산돼 있는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간파당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더 이상 우민정치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음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조금의 능력만 가동해도 순식간에 세계 각지의 정보들을 금방 끌어다 놓고 비교분석할 수 있게 된 시대적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진실이 최대의 무기라고 했다. 정부는 최대한 진실을 규명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진상 규명을 최대한 정확히 하는 것이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의 가장 좋은 해결법이라고 생각한다. 혹여 이번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해서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들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다른 대안이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당국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점점 실기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져 안타깝다.




우민정치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전략도 아니다. 오히려 자칫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숨겨진 의도로 뭔가를 해보려다 실패했던 과거지사를 돌이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을 국내사정에 활용하려는 꼼수는 소탐대실일 뿐이다. 우선 당장 단기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종국에는 큰 손실을 부르게 되는 건 불을 보듯 환한 일이다. 진정으로 남북통일을 바라고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더 이상 북한을 코너로 모는 일은 지양돼야 마땅하다.



비운의 백령도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한계가 더 없이 괴로운 이 밤이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꽃다운 청춘 앞에 삼가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다.
(2010.3.29)
. .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