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8일 목요일

홍문종 생각-진짜 교육은

진짜 교육은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 몇 가지 통계 수치가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진학률 85%라는 경이로운 수치와 함께 307만 명(지난해 기준)을 돌파했다는 국내 대학생 인구와 10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10% 대의 청년실업률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범죄자의 20%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층이라는 통계치가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취직도 어렵고 사람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교육에 너나 없이 목을 메고 있는 셈인데 무능한 교육의 실체를 드러낸 것 같아 민망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 4,50대 가장들은 자녀 교육비 조달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라 전체가 ‘교육을 통한 입신양명’을 맹신하며 올인하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우리의 교육열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유학생 수까지 감안한다면 엄청난 교육열의 실체가 실감되기도 한다. 생활비의 절반 가까이를 자녀의 교육비로 지출하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나 자신, 교육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교육의 혜택을 톡톡히 본 입장인 만큼 우리 사회의 남다른 교육열을 비판할 의도는 없다. 다만 교육의 효율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짚고 싶은 생각은 있다. 앞서의 통계치가 대변하는 실상이 아니더라도 우리 교육의 효율성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청난 규모로 투자되는 교육비와 열성을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 교육의 성적표는 지나치게 초라하다.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교육과 전인교육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교교육이 입신출세를 동기로 할 뿐 개개인의 자질을 배려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어차피 세계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마당이다. 교육기관의 명성이나 브랜드에 의존하는 교육 형태는 그 수명이 다 됐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의 교육을 받게 된 만큼 이제는 교육을 통해 무엇을 배웠느냐가 중요한 변별력의 기준이 되는 세상이 됐다. 따라서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고나 과학고 그리고 강남 학군 등 대학 진학률 위주의 교육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을 세분화하는 작업이 하루라도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학시절 만났던 유학생 A는 한국에서는 4년제 대학도 제대로 못 갈 실력이라고 주눅이 들어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MIT에 진학,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고 세계의 천재들과 당당히 겨루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미래를 열어갔다. 또 다른 유학생 B는 한국에서는 음악대학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발견한 음악적 재능을 바탕으로 줄리어드에서 전액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었고 지금은 미국에서 유명작곡가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성적순으로 인생의 성공 서열을 매기는 것은 무의미를 넘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무대에 대한민국을 과시한 김연아나 박태환의 선전을 통해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활약은 우리 모두를 감동의 도가니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한들 얼음판이나 수영장에 몰려간다고 해서 너도 나도 피겨스케이트 선수나 수영선수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교육풍토는 모든 가치기준을 시험 성적 하나에 종속시키려는 의도가 지나치게 강하다. 각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기 보다 퇴화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에 우려된다.

세상사가 시험 성적 하나로만 지탱될 수 없는 현실적 여건 하나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문제다.

마땅히 바뀌어야 한다. 누군가는 공부로 쌓은 내공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동안, 온전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운동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비행기를 운전하거나 집을 짓거나 옷을 만들거나 기타 등등 수없이 많은 분야의 일들이 저마다 맡은 역할을 통해 끊임없이 가동되며 맞물려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쉬움 투성이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친다고 필요한 데는 사람이 없고 필요없는 곳은 사람이 넘친다. 무슨 의대, 법대는 그리도 많고 인재들은 왜 그곳으로만 몰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법과 의술만 있으면 세상이 저절로 돌아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후유증의 폐해로 인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편식으로 영양실조에 걸리면 그 고통이 공동의 몫이 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세상이 기형으로 변질되는 건 안중에도 없으니 딱할 노릇이다.

균형을 위해 기초과학의 길도 열어줘야 하고 역사,철학,문학 등 모든 분야도 덩달아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스팩트럼 속에서의 활동이 보장되도록 젊은이들의 미래를 예단하는 횡포는 배격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국가 교육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의 시작이다.



ps:미래를 위해 외로이 장도를 떠난 아들과 잠시 함께 한 이국 땅에서 이 글을 쓴다. 산타모니카비치의 넓디넓은 해변에 한데 엉킨 인파를 보며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지구촌의 실체를 실감하게 된다. 아들과 함께 하는 동안 오히려 내가 더 많이 위로받고 더 많은 것을 얻게 된 것 같다. 사랑한다, 아들!!

(2010.3.17)

.....홍문종 생각


홍문종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mjhong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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